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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이사는이야기 Feb 25. 2024

(외전. 해군문화) What’s your ETA?

[군함 타고 세계일주]

걸그룹 뉴진스의 노래 ETA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What’s your ETA, what’s your ETA!
(ETA가 언제야, ETA가 언제야!)


뉴진스의 ETA(뉴진스 덕분에 사람들이 ETA를 알기 시작했다. 왠지 나만 알고 있는 걸 빼앗긴 느낌이랄까)


상황은 이렇다. 원래 마음에 들지 않던(내 추측이다) 친구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바람피우는 상황을 친구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어디에 있는지’, ‘이곳으로 언제 올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여기서 ETA는 Estimated Time of Arrival의 약자로 직역하게 되면 ‘도착예상시간’을 말한다. 그러니까 “야, 니 남자친구 바람피우고 있는데 지금 어디야? 언제 올 수 있는데? 언제 올 건데!”라는 뜻인 거다. 해군문화 코너에서 갑자기 왜 바람피우는 이야기를 하고 있냐고? 이것도 해군에서 중요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아, 바람 말하는 건 아니고 ETA 말이다.


해군은 당연하게도 군함 즉, 배를 중심으로 많은 것들이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웬만한 일에는 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배가 언제 도착하는지’다. 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작게는 회의 등의 업무에서부터, 더 나아가서는 수많은 작전, 전술들이 집행되기에 도착예상시간 즉, ETA를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ETA 보고해“, ”ETA 언제야“, ”날씨 안 좋은데 속력 줄이고 ETA 재산출해봐“ 등 ETA와 함께 하는 삶을 살게 된다.


이렇게나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린 나머지 해군들은 일상생활에서도 ETA를 자주 쓰게 된다. 그냥 “언제쯤 도착할 거 같아?”가 너무 기니까 “ETA?”로 간략하게 쓰는 것이다. 특히 약속장소에 늦게 오는 동기한테 뭐라고 하는데 ETA만큼 편한 게 없다. “빨리 안 오냐? ETA?“


뉴진스 노래에서의 여자친구에게나, 약속에 늦은 동기에게 ETA란 감정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이지만 ETA가 사람들을 설레게 할 때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작전임무를 완수하고 항구로 돌아갈 때! 짧으면 1주, 길면 몇 달의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가족, 연인들하고 떨어져서 지내다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순간. 흔들리는 바다 위 철제침대에서 뒤척이며 잠을 자다 푹신푹신한 침대가 있는 집으로 향한다는 포근함을 주는 순간. 그리고 소주 한 잔 마시며 바다에서 받은 모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행복을 주는 순간. 그 설렘을 주는 순간이 바로 ETA가 정해지는 순간이다.


- 야, ETA 17:00시래

- 드디어! 들어가자마자 삼겹살에 소주 할 사람?

- 콜?


오늘도 해군의 많은 사람들이 ETA에 웃고, ETA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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