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계시록’을 보고
세상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엔 진실도 있고, 거짓도 있으며 때로는 아무도 확인못 할 사실도 있다.
영화를 한 편 보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연상호 감독의 신작 ‘계시록’.
표면적으로는 스릴러다. 실종 사건과 그를 뒤쫓는 형사, 신의 계시를 따르는 목사.
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본 것은 믿음이었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며 살아가는 불완전함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답’을 찾고 싶어하는 존재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앞에 우리는 공허해지고, 두려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설명하려 들며, 결국 그 결론을 믿는다.
그 믿음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믿음이 ‘나를 납득시킬 수 있는가’가 전부일 뿐이다.
영화 속 목사는 말한다.
“이건 신의 뜻이다.”
그는 믿는다. 정말로 믿는다.
그 믿음이 옳았는지, 아니면 광기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스스로의 신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한 것이니까.
그리고 형사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퍼즐을 조각낸다.
동생의 환영, 쌓여 있는 죄책감, 해결되지 않는 실종의 미스터리.
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내고, 결국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진실을 찾아낸다.
과연 우리는 진실을 보고 있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진실을 본 적도, 보려 하지 조차 않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는 늘,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보고 싶은 것만을 보며 살아간다.
그래야 이 불확실하고 공포스런 세상을 견딜 수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 믿음은 누군가에겐 칼이 되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
진실은 왜곡되고, 진심은 오해되고, 세상은 각자의 믿음으로 분열된다.
영화를 본 후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믿고 있는 진실은 정말 '진실'일까?
나 역시, 내가 보고 싶은 세상만을 골라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믿음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믿음은 우리를 살게 하고, 버티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하지만 그만큼 믿음은 위험하다.
그 믿음이 틀렸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포함한 모두를 상처 입힌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스스로의 믿음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점검하고, 돌아봐야 한다.
우리가 가진 믿음이 언제나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틀림이 더 나은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설령 그로 인한 혼란이 고통으로 다가 온다 해도 말이다.
우리가 그 노력을 이어갈 때
믿음은 겸손한 질문으로.
확신은 열린 가능성으로.
그렇게 보다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