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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울기a Apr 05. 2024

버티는 놈이 잘 되는 것 같아

차장님의 조언 EP02

차장님


태웅아, 동기들은 요즘 좀 어떤 분위기야? 다들 재밌게 다니고 있대?



나 


거짓이 아니라... 사실 저는 재밌게 다니고 있는 편이거든요. 성장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기도 하고, 선배님들도 엄청 챙겨주시니까요. 제가 회사를 여러 번 옮긴 편이잖아요. 그런데 여기가 제일 동기부여가 된달까요. 출근하는 게 그렇게 부담스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재밌어하는 애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만족하는 동기가 20% 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몇몇 동기들은 자꾸 힘들다고 해서 아무래도 걱정이 되기도 해요. 힘든 일이 있으면 기댈 수 있는 게 동기이고, 자료를 얻거나 함께 일을 하기 편한 것도 동기라서... 저는 다들 회사에 재미가 붙어서 같이 으쌰으쌰 했으면 좋겠는데, 이직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게다가 이게 잘못된 것도 아니고, 누군가 “회사에 집중해!” 라고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문제라 좀 어렵습니다.



차장님


왜?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드는 거래?




하나하나 세세하게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느낌에 몇몇 친구들은 자격지심 같은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더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데 운이 좋지 않아서 이 회사에 와 있을 뿐이야.’ 라든지 ‘주변 친구들은 삼성, 현대, LG처럼 이름 있는 큰 회사에서 일하는데 자기 자신은 중견기업에 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질 때가 있거든요. 지금 우리 회사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특히 연봉 측면에서 크게 와닿는데, 최근에 동기들 카톡방에서 승진 시 상승되는 연봉이 절반 수준으로 깎였다는 이야기가 돌았거든요. 그때 다들 불만이 엄청 많았고, 더 이상 회사에 집중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좀 그랬었거든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현실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상황이 자꾸만 생기니까요.



차장님


그래... 그건 좀 그럴 수 있겠다. 나도 처음에 그 내용 들었을 때는 사기가 저하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런데 내 생각에는 결국 다 똑같은 거 같아. 나중 일은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거든. 지금 당장은 내가 조금 덜 받고, 더 힘들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는 뒤집어 질 수도 있어. 내 친구도 처음에 삼성엔지니어링 다녔었고 나보다 월급 훨씬 높았거든. 대기업이니까 정말 많이 줬지. 그리고 그때는 해당 산업이 엄청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서 굉장히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실적이 나오지 않더라고... 결국 연봉은 계속 동결이더라. 지금은 내가 훨씬 더 높아. 정말 신이 아닌 이상 그 어떤 천재가 모든 걸 예측할 수 있겠어. 그런 건 시간이 지나면 결국 대동소이해지는 것 같아.




네. 가끔은 저를 포함해서 젊은 세대 모두가 투정을 참 많이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해요. 369라는 말 있잖아요. 신입사원 3개월, 6개월, 9개월 차에 이직과 퇴사 욕구가 계속 솟구친대요. 일이 처음이고 손에 익지 않으니 당연히 재미보다는 고통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불만의 이유가 결국 네임밸류와 돈이라는 게 조금 아쉽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것만 좇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어요. 스스로를 돌아보았을 때 정말 이 회사가 나에게 맞지 않는다면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도 방법이고요. 그렇지만 단순하게 ‘돈을 많이 주는 대기업이 최고야. 그래서 나는 계속 회사를 옮기려고 노력할거야’ 라고 생각해버리는 건 저한테 맞지 않더라고요. 아직 제가 철이 없어서 로망적인 얘기만 하네요.




차장님


나도 너희 나이대에는 더 가치 있는 것을 좇아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아. 나중에는 점차 책임질 게 많아지면서 현실적인 선택만 하게 될 테니까.

단정 지어서 이야기하긴 어렵겠지만, 내가 보니까 결국 진득하게 버티는 놈이 잘 되는 것 같아. 우리 회사가 굴러가는 모습을 보면 어려울 때도 있고 잘 될 때도 있잖아. 어려울 때 보면 ‘진짜 이거 괜찮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거야. 그리고 회사와 산업이라는 거시적인 측면 말고도, 조직이나 회사생활 같은 미시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 사람이 어렵다거나, 일이 너무 많다거나 등 이유는 끝도 없이 다양할 거야. 그런데 그냥 그런 거에 휘둘리지 않고 묵직하고 진득하게 버티는 놈이 결국 잘 되는 것 같아. 물론 생각없이 기계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주관과 생각은 확실히 가지고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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