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전략이라는 게 참 어려워. 전략팀은 루틴하게 일이 돌아가질 않잖아. 오퍼레이팅 업무가 아니다 보니까 무언가를 할 때마다 맨땅에서 쌓아 올려야 하니 굉장히 어렵지. 손도 많이 가고, 방향도 직접 정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어.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오퍼레이팅 조직은 그 팀에 주어진 기능을 하면 되는 거잖아. 수수료를 제때 지급한다거나, 정기적인 업무에 펑크가 나지 않도록 계속 체크하는 일 같은 거지. 그러다보니 누군가의 역량에 따라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 처음에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할 때는 복잡하겠지만, 사업이 안정화되고 알아서 굴러가게 되면 그때부터는 손이 덜 갈 수 밖에 없어. 물론 조금 더 꼼꼼한 누군가가 업무를 맡는다면 오류도 적을 거고 일 처리도 빨리 되겠지만 그 민감도가 엄청 크지는 않아. 그렇기 때문에 꼼꼼하게 일을 챙기고 들여다보는 게 오퍼레이팅 조직의 중요한 역량이 될 거야.
반면 전략팀이 하는 업무는 개인의 역량과 생각에 따라 방향이 엄청나게 달라져. 지금 같은 주제를 너랑 나한테 던져주면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거잖아.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시야, 가치관, 사고력 같은 맨파워가 중요한 팀 인거야.
그래서 전략팀에서 일을 잘하려면 딱 2가지 중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 같아.
차장님
직관이 어마어마하게 뛰어나거나, 엄청난 논리력을 가지고 있거나.
나
직관이라고 하면, 감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차장님
그렇지. 에어비앤비, 우버가 처음부터 과연 엄청나게 고민하고 검토한 다음에 사업에 뛰어들어 여기까지 성장했을까? 수익성 분석을 정교하게 완성해보니 ‘돈이 되겠구나’라는 판단으로 시작했을까? 글쎄. 내가 봤을 땐, 그냥 이거 될 것 같은데? 한번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했을 것 같아. 다만 그것을 잘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는데 일가견이 있었던 거지. 이런 게 바로 직관인 것 같아.
나
저번에 말씀하신 ‘스타일난다’ 라는 기업도 마찬가지인거죠?
차장님
그래. 마찬가지지. 스타일난다도 처음에는 동대문이랑 온라인에서 옷을 파는 평범한 가게였어. 그런데 다 똑같이 생긴 옷가게들 사이에서 어떻게 스타일난다만 규모가 이렇게 커졌을까? 대표의 직관력이 영향을 미쳤겠지.
처음에 스타일난다가 왜 유명해졌냐면 온라인쇼핑몰에서 처음으로 모델을 썼었거든. 옷 중심이 아니라 모델 중심으로 컨셉을 잡았어. 피팅모델이 입은 옷에 주목하는 게 아니라 그 모델 자체에 집중하게끔 만들었어. 그런데 이게 통하면서 해당 모델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단순히 좋아하는 걸 넘어서서 그 모델들의 팬이 생기기 시작한 거야. 옷보다도 모델이 유명해졌고 쇼핑몰도 덩달아 잘 됐던 거지. 그런데 그 대표가 과연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또는 얼마나 남을까? 를 고민하고 분석해서 시작하진 않았을 것 같아. 그보다 이렇게 하면 될 거라는 자기만의 직관으로 시작했을거야. 당연히 이런 직관이 하루 아침에 생길 순 없고, 엄청난 고민과 경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되어 왔겠지. 그 시야와 내실을 쌓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겠어. 단순해 보여도 쉬운 일이 아니지.
그리고 아까 말한 논리력. 엄청 면밀하고 정교하게 그 시장을 그려서 이 사업을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논리를 세울 수 있으면 되는 것 같아.
나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직관이 뛰어나면 된다는 말에 저도 엄청 공감이 돼요. 많은 사람들이 본인만의 믿음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논리보다는 본인만의 감으로 결국 엄청난 성공을 일궈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회사나 기업이라는 곳은 단순히 그 직관만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설령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직관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하고 설득시켜야 하는데, 논리력이 없으면 나만의 추상적인 느낌을 설명하기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그래서 논리력이 뛰어나면 전략을 수립하는데 좋다는 말씀은 저도 동의하지만, 굳이 하나만 고르라면 회사생활에 있어서는 논리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차장님
그렇지. 큰 기업일수록 더욱 움직이기 어렵겠지. 작은 회사일수록 그냥 대표가 마음 내키는대로, 본인만의 직관대로 결정하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거든. 마치 모든 것을 본인 마음대로 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사실 그 직관과 통찰을 갖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
배달의민족도 자기들이 처음 그 사업모델을 만들어냈을까? 아니거든. 이름은 모르겠지만 먼저 시작한 곳이 따로 있는데, 배달의민족은 먼저 나온 그 사업모델을 똑같이 따라 하면서 서비스를 훨씬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만든 것 뿐이야. 마찬가지로 에어비앤비도 원래 있던 시스템을 더 잘 만든 것 뿐이고. 존재하던 것을 다듬고 더 조직화해서 성공시킨 거야.
결국 직관과 논리력. 둘 중에 하나는 있어야 해. 아니면 둘 다 가지고 있던지. 그런데 우리 같은 회사원은 직관이 그리 뛰어나지 않으니까 논리력을 기르고자 노력해야겠지. 분명 훈련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역량을 기를 수 있을 거야. 끊임없이 되묻고 왜 그런 것인지 고민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