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품위 있는 주거 공간은 최소 몇 평?

by 함지연

장류진 작가의 소설 <달까지 가자>에서 주인공이 살던 주거지에 대한 묘사는,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20대 청년인 그녀가 사는 집은 화장실이 투명한 유리 벽으로 이루어진 원룸이다. 흰색 변기가 있는 노골적인 공간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곳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는다. 그런데 그 묘사는 주인공이 처한 곤란한 환경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지어낸 허구가 아니라 실제이다. 1인 가구 세대주들이 거주하는 주택의 한 형태, 고시원이 대부분 그렇게 만들어졌다.

싱글 침대 하나와 책상, 붙박이장, 소형냉장고 정도만으로도 이미 꽉 차 버리는 공간에 화장실까지 들이자면 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차선책으로 유리벽을 세웠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대도시에도 질 낮은 주거 공간이 넘쳐난다. 지하 5층에 있는 방, 싱크대나 현관문 바로 옆에 있는 변기를 보면, 마치 내가 싱크대 옆 변기에 앉아 똥을 싸는 것처럼 수치스럽다. 그런 비인간적인 주거공간을 만들어 세를 주는 임대인에게 화가 나고 효과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치인에게 화가 치민다.


지옥고는 반지하방, 옥탑방 그리고 고시원을 일컫는다. 세 가지 형태의 주거 공간 모두 열악한 주거지이다. 고시원에 몇 달 지내다가 탈출한 20대 청년의 경험담을 들은 일이 보증금 마련이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했던 선택이었다. 고시원은 보증금 없이 비교적 저렴한 월세만 내면 되었고, 밥과 라면 등 기본적인 식품이 제공된다. 그렇지만, 옆방의 숨소리까지 적나라하게 벽을 뚫고 들리고, 침대와 책상과 변기와 냉장고 간을 오갈 때도 한두 걸음이면 되는 곳에 거주하며 그는 정서적으로 점점 피폐해졌다고 했다. 겨우겨우 보증금을 끌어모아 고시원을 탈출했지만 삼백만 원 남짓으로 구할 수 있는 집 역시 구축 다가구의 반지하 원룸이었다. 축축한 공기와 습기로 가득 찼고, 덜 마른 수건에서는 쿰쿰한 냄새가 나고, 장마철이 지나고 나면 벽에는 곰팡이가 스멀스멀 필 것이 분명한 그 거주지 역시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마침내 반지하방에서 탈출했을지, 여전히 버티며 사는지 알 수 없으나 장류진의 소설을 읽으며 그가 떠올랐다.

친구들과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집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던 적이 있다. 우리는 이제 중년의 나이이고, 대부분 어떻게든 자가에 산다. 대출이 있기도 하고 수도권이나 그보다 더 멀리로 가기도 했지만 집은 있다.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은 부동산이기도 하니, 집에 대해서 무관심할 수 없다. 집값이 올랐는지 내렸는지, 노후에도 든든한 자산으로 남을지. 그리고 4인 가구였다가 점차 가족이 줄어 2인 가구가 될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1인 가구가 될 것이 분명한데, 어느 정도의 넓이가 합리적인가의 문제도 요즘 주로 대화거리이다. 이혼이든 사별이든 졸혼이든 남는 것은 한 명이다. 아무리 금슬이 좋은 부부라도 한날한시에 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러니 4인 가구였을 때 쾌적한 환경이었을 3, 40대 평형의 공간은 1인 가구가 지내기에는 합리적이지 않다. 현실적으로는 청소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아서 대형 평수에 혼자 지내는 노년기의 1인 가구는 방 하나에 거실, 또는 거실 한 곳만 생활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일 년에 한 번도 문을 열어보지 않거나 창고로 쓰는 방이 하나, 또는 두 개가 있는데, 관리비는 그대로 내야 하고, 재산세도 줄지 않는다.

인간에게 필요한 의식주가 있잖아. 나는 아무래도 주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


한 친구의 말에 한참이나 집 문제로 대화를 나눈 우리는 공감했다.

딸의 독립을 앞두고 거주할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출퇴근 거리를 고려해야 하고 여성 1인가구이기에 안전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했다. 최소한 밥 먹을 때 변기가 보이는 집은 선택하고 싶지 않았고, 할 수 있다면 침실 공간과 거실 공간은 분리된 집이기를 원했다.

원룸촌이었던 대학가에서 오래 거주했던 나는 당연히도 그 조건의 공간을 얻기 위해 얼마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월세를 선택하자면 매달 지출해야 하는 주거비가 월급의 상당액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전세를 알아보려고 하니 전세 사기가 걱정이다. 실제도 딸의 친구 두 명이 전세 사기로 곤란을 겪은 일이 있어 가까이에서 겪은 딸은 전셋집을 계약하는 것을 망설였다.

청년주택 청약 신청도 두 번 했는데, 모두 떨어졌다.

사회초년생의 평균 연봉은 2천에서 3천만 원 내외. 그 금액으로 지출할 수 있는 적정 주거비는 얼마일까. 수입이 2천만 원인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주거 형태는 어쩔 수 없이 원룸일 것이다. 지옥고까지는 아니더라도 빨래건조대를 둘 여유 공간이 마땅찮을 정도로 협소할 것은 분명하다.

방값과 공과금과 공동 관리비까지 상당 금액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나면 저축은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언제 돈을 모아서 정착하고 싶은 장소와 살고 싶은 주거 형태를 선택해서 내 집을 갖게 될까.


최종적으로 딸의 거주지는 경기도의 신도시로 결정되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서울시민이었는데 이제부터 경기도민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경제적인 면과 거주 공간의 넓이를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미혼의 여성 1인 가구가 안전하게 귀가하고 안전하고 쾌적하고 품위 있게 지낼 최소한의 평수를 가진 주거지를 서울에서 찾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딸의 독립을 바랐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하고 미안한 것도 사실이다. 별과 무지개와 가까이에서 대학축제가 있을 때마다 펑펑 터지던 불꽃을 바라볼 수 있는 옥상과 넓은 거실과 베란다와 문을 걸어 잠글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 있던 집에서 나고 자라 이십 대 청년이 된 딸. 이제 7평짜리 작은 집에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게 되는데, 당연히 불편할 거라 생각된다. 평생 독립생활을 해보지 못한 나는 7평의 공간에서의 생활이 어떨지 잘 모르겠다. 7평이라는 넓이가 과연 한 사람이 품위 있게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평수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생애 처음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한 집에서 세대주로서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마음이다.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부동산 소개글에서 서울 모처의 대단지 10평대 아파트 가격이 6억대라며 좋은 가격이라는 내용을 보았다.10평대라면 한 사람이 정말 품위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연히 연봉 2천만 원대인 보통의 20대 청년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조건이고, 그래서 60살 엄마는 공연히 그 게시물에 부아가 났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