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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ie Jul 28. 2023

앞으로의 '일'

나와 함께 일하고 싶나요? 그럼 설득해 보세요

'일'의 모습이 급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조직의 틀 안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건 최고의 아웃풋을 내는 방법이 아니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아웃풋의 주체는 '개인'이다. 진부한 이야기겠지만, 이 시대의 인재는 조직이나 회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개인과 그의 포트폴리오가 되어 줄 프로젝트를 위해 일한다. 함께 일하고 싶다면,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



'개인주의적 삶'을 지지하는 나는 이런 변화가 반갑다. 서로 다른 주체성을 존중하는 문화의 기반에서 싹튼 거대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보다 더 많은 프리랜서가 나타날 것이고, 손가락 지문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직업이 탄생할 거다.



그럼 회사는? 안정적인 구조가 필요한 조직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조직 문화 관점에서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선도하는 곳은 단언컨대 IT 업계다. (이미 그보다 더 앞서 있는 다른 분야도 있겠지만, 이들은 무엇이던 정의를 내리고 그럴싸한 프레임을 씌워 세상에 퍼트리는데 능한 것 같다. 로봇 같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다 보니, 인터넷 로봇의 마음을 더 잘 얻어 빠르게 퍼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급변하는 세상의 흐름에 맞춰 IT 조직의 구조는 '기능조직'에서 '목적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능조직은 개인의 기능에 따라 개발팀과 기획팀, 디자인팀으로 분리된다. 필요에 의한 협업을 하며, 큰 단위의 목표를 함께 바라본다.


목적조직은 프로젝트 단위로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가 뭉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의에 따라 함께 일한다. 때문에 유능한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와 일하고 싶다면 이들을 타오르게 만드는 숯덩이인 '정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의 '정의'는 세상을 향한 임팩트가 될 수도, 수익성이 기대되는 사업이 될 수도 있다. 때론 이런 대단해 보이는 아웃풋이 아닌 '즐거움' 자체가 정의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 만큼 추구하는 정의의 생김새도 모두 다르다.


여기서 최근 IT업계에 가장 핫한 직무인 PO(Project Owner)가 생겨났다.

이들은 독립적인 주체성과 매력을 지닌 어벤저스들을 한 명 한 명씩 모아, 하나의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고 리딩한다. 조직이 원하는 일이면서도 개인이 설득당한 목적을 목표로 하니, 조직과 개인 양가적 관점의 니즈가 모두 충족되는 아주 효율적인 모습이 나온다. 불필요한 한계가 제거되고, 심플한 목표만 주어지니 개개인의 창의성이 더욱 발산되기도 한다.

따라서 PO의 역량 중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설득력이다. 이를 높이기 위한 재료로서 데이터 분석력이나 기획력 등이 필요해지고.



PO가 아니거나 IT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이러한 일의 흐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사실 세상은 원래부터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다. '회사'와 '조직'이라는 특수한 문화가 나타나면서 방향키가 잠시 흔들렸을 뿐. 유비가 관우, 장비, 제갈공명을 모은 것처럼 어떠한 일을 할 때에는 설득을 통해 각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함께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형태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건, 일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이 효율적인 본질을 깨닫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더 많은 프리랜서와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고 있는 거고.


너, 내 동료가 돼라



그럼 높은 설득력만 가지면 유비가 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절대 그렇지 않다. 아니, 그럴 수 없다. 현실적으로.


급변하는 세상 속,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의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현실에서 아무 스킬도 없는 유비에게 설득당해 자신의 기술을 이용당할 어벤저스는 없다. 프로젝트를 기획하던, 취업을 하던, 영업을 하든 무슨 일이되었든 이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난 이걸 할 수 있고, 넌 그걸 할 수 있으니, 함께 만들고, 함께 얻자'


이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T자형 인재'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설득을 위해 넓게 아우르되, 나만의 스킬에선 뾰족한 뿌리를 내리는 것. (그게 곧 개인의 브랜딩이겠다.) 아직 뾰족함을 찾지 못했다면, 무엇이건 내 앞에 주어진 일에 뿌리내려 보려는 태도가 필요한 이유이고.


조급해하지는 말자. 너무 이르게 뾰족해진 사람은, 그 뾰족함에 긴 시간을 발목 잡혀 더 큰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법이다.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뿌리의 깊이도, 가지의 수도 모두 다르다. 사람의 지문 수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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