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세계여행 중 첫 타투를 했다
과거의 일을 후회해 본 적이 있나요?
누군가는 그런 일이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겐 이불을 차고 싶게 만드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무수하다.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는 초능력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왜 그럴까? 자존감이 낮은 걸까? 정말 부끄러운 일을 많이 했던 걸까..?
아무튼 '이렇게 할 걸', '~~ 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와 같은 쓸모없는 생각을 자주 하는 내가 TATTOO를 몸에 새기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타투는 마치 기억과도 같았다. 한 번 새겨지면 다시 지울 수 없는 것. 번복할 수 없는 후회를 갖게 할 수 있는 것.
그랬던 내가 첫 타투를 새겼다. 남편과 세계를 여행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여기저기, 군데군데.
모든 것이 행복한 '여행'이어서 그랬을까. 마음을 먹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늘 하던 걱정도 들지 않았다. (충동적이었다는 말이다) 시작이 어려웠지 한번 새기고 나니 두 번째, 세 번째는 또 쉽더라.
과연 나는 지우고 싶은 무언가를 갖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우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더 사랑하게 됐다.
어떤 후회를 하던,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불을 차고 싶게 만드는 기억이 쌓여 단단함이 생겼고, 부끄러운 순간이 모여 지금의 내가 더 섬세해졌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기억도 그저 사랑스러운 '나의 한 때'가 되는 걸 발견했다. 지금의 나를 사랑하다 보니, 지우고 싶은 기억들에서도 감사함이 보인다.
타투도 그렇다. 비록 따끔했고, 이따금씩은 지우고 싶거나 다른 걸 새기고 싶기도 하지만, 그때 그 순간 내린 결정이 만든 지금의 내가 좋다. 나를 사랑하다 보면 그때의 결정에 감사하게 되고, 이런 생각을 머릿속에 둥둥 띄워놓는 내가 더 사랑스러워진다.
내 두 팔과 목덜미에 새겨진 타투는 나를 더 사랑하게 하는, 따끔했던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