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디스크로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사투를 벌여왔다. 책상 앞에 앉아 작업해야 하는 나에게 지속적인 뒷목 통증은 고통스러웠다. 심할 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뻣뻣하게 굳어 마비되는 느낌이었다. 깜깜한 밤이 되면 통증이 심해져 혼자서 이대로 고립되나 싶었고, 극한의 공포 속에서 좀처럼 괜찮아지지 않는 내 몸이 원망스러웠다. 치료와 함께 약물도 같이 복용했지만 두통약, 근육이완제, 마그네슘 등 약물들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한숨부터 나왔고, 통증이 찾아올 때면 아픈 신경부위만 잘라내버리고 싶은 충동도 들곤 했다.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대학병원까지 가서 수소문 한 끝에 원인은 긴장성·경직이라고 진단을 받았다. 그 이후부터는 더욱 스트레칭과 온수샤워, 마사지 더 나아가 근막이완까지 틈만 나면 근육이완에 신경 쓰면서 지내왔다. 어느새 폼롤러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가 되어버렸고, U자 목쿠션, 경추베개 등 온통 푹신푹신 말랑말랑하고 가벼운 재질들로 가득해졌다.
특히 폼롤러는 요물이다. 보기에는 1m 남짓한 원형도구에 불과하지만 목 하고, 온몸 구석구석을 풀어줄 수 있는 마법 같은 도구이다. 대표적으로 목과 고관절 부분을 풀어주기 좋고 자세만 잘 잡으면 잠자고 있던, 평소 풀어주기 어려운 부위들까지 구석구석 풀어줄 수 있다. 주변에서 몸 뻐근할 때 어떻게 풀어주냐라고 물어볼 때면 연신 "폼롤러지~!!"를 외쳐대면서 어느새 폼롤러 예찬론자가 되어버렸다. 특히 하루 동안 뭉쳐있던 목과 어깨, 등 근육을 말랑말랑하게 풀어주고 나면 긴장이 풀리면서 스르륵 눈이 감긴다.
평소 손이 잘 닿지 않는 부위들을 잘 조준해서(?) 풀어주다 보면 잠들어있던 신경세포들이 깨어나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막혀 있던 혈관들이 푸슉 하고 통과하는 느낌이랄까. 머리부터 손끝, 발끝 마디마디 하나 주물러주다 보면 커피 첫 모금에 머리가 띵-! 하고 맑아지는 느낌처럼 개운해진다.
마사지나 도수치료를 받을 때는 보다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막혀있던 코가 뻥-! 뚫리거나 침침했던 시야가 밝아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조금 전에 먹었던 음식들의 향이 콧김을 통해 빠져나와 머쓱하기도 하면서 새삼 “아 내가 지금 온전히 소화되고 있구나.” 싶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두통도 항상 달고 사는데, 아주 빠르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중지를 기준으로 후두골(머리뼈의 뒤쪽을 차지하는 큰 뼈) 부분을 지그시 눌러주고, 고개를 양옆으로 돌렸을 때 톡 튀어나오는 부분인 목빗근을 엄지와 검지를 활용해 집게 집듯이 눌러주면 통증이 약간은 줄어든다. 그렇게 목은 손으로 눌러주고, 다리는 폼롤러로 이리저리 돌려주면서 풀어주면 온몸의 독소들이란 독소들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그렇게 머리, 상체, 하체 각각 따로따로 노는 느낌들을 부드럽게 하나의 몸으로 만드는 과정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