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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딴 Apr 14. 2024

텐트 밖이 몽골 초원이라니


텐트 쳐 본 경험? 

손으로 꼽을 있을 정도,

몽골로 향하기 전에는 그랬다.


캠핑에 딱히 관심이 있던 건 아니지만 

초원에서 텐트 치는 표정 같은 게 궁금하긴 했다. 

캠핑 좀 해 본 형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며칠 뒤 날마다 아웃도어 쇼핑몰에 출석 도장 찍는 나를 보게 되었다. 

늘어나는 장비를 보며 흐뭇해지다가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의심이 피어올랐다.    

   

서너 차례 텐트를 더 쳐 본 게 다인(써 보지 못한 장비가 더 많은;;) 채로  

몽골 여행 짐을 싸게 되었다. 

해외 캠핑은 처음이라 짐의 무게와 부피는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챙긴 건...

 -1~2인용 텐트 & 팩망치

 -침낭 & 에어 베개

 -에어 매트 & 캠핑용 은박 매트

 -경량 캠핑 의자 & 좌식 백패킹 체어

 -접이식 테이블 & 등산 스틱 

 -다운 팬츠 & 다운 부츠

 -강염버너 & 1인용 코펠 & 티타늄 컵 접시 젓가락 수저

 -걸이형 랜턴 & 헤드 랜턴

 -카메라 & 액션캠 

 -일회용 샤워타올 & 핫팩  ...


여름이지만 일교차가 크다는 몽골원정대의 조언에 따라 방한 장비를 단단히 챙겼다.

캠핑 외에 백패킹도 계획에 있었기에 되도록 경량 장비로 준비했다.   

위의 짐 외에 갈아입을 옷, 슬리퍼, 화장품 등 챙길 것들이 있었는데 가져갈 수 있었다. 

주로 푸르공으로 이동하는 일정이었기에 캐리어를 쓸 수 있었던 것. 

30인치 캐리어에 35리터 배낭을 챙겨갔는데도 공간이 부족해서 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텐트를 꺼냈다. 

가는 길 위에서 차를 멈추고 짐을 풀고 낯선 걸음을 떼었다. 

'초원에서 첫 캠핑인데 근사한 곳으로 정해야지' 싶었지만 어려웠다. 

 

똥이 너무 많았다.

누군가는 세 걸음 가면 똥 나온다며 '3보1똥'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푸르게만 보이는 풀은 말, 소, 양의 것으로 보이는 크고 작은 덩어리를 머금고 있었다.   

  

똥이 없어 보이는 곳에(자세히 보면 있었을 수도;;) 자리를 잡고,  

나름 능숙한 캠퍼 흉내내며 텐트를 쳤는데 냄새가 흐르기도 했다.    

귀찮기도 하고 더 있으니 익숙해지기도 해서 옮기지는 않았다.  




사람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텐트를 쳤다.

똥 없는 자리 찾다 멀어진 건 아니었고 그냥 그러고 싶었다.

사람들 곁에 와 있는데 내 텐트 근처로 오토바이가 다가왔다. 

'몽골식 소매치기'는 아닐까 식겁해져서 텐트로 향하며 오토바이를 째려 봤다.

다행히도 그냥 지나쳐 가는가 싶더니 몇 분 뒤에 반대편에서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텐트 근처에 자리잡고 보일 수 있는 최고의 매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들에게 미안했다. 

온통 풀이라 길이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텐트 몇 걸음 옆이 찻길이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거대한 골프장 같다고 했고, 제주도의 오름이 생각난다는 사람도 있었다. 

너른 초원에 우리만 있어서 거대한 캠핑장을 전세낸 듯도 싶었다. 

높은 곳에 올라 뜨여 있는 먼 곳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 

나란히 앉아 해 지는 풍경을 나누며 잔잔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따로 또 같이, 원하는 대로 걸음을 가르다가 포갤 수 있는 다정한 사람들이 있었다.  

은연한 바람 사이의 고요 속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의 걸음걸이는 문득 떠오르곤 했다. 




별 볼 일 있었다.

사람들은 별 본 지 오래된 사람처럼 별별 놀이에 신이 났다. 

늦은 밤 도드라진 사람들의 왁자한 웃음소리에 뭐라 할 사람 없었다. 

누운 채로 한쪽으로 고개를 돌려 초원의 별하늘을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걱정했던 추위가 없어서 푹 잘 수 있을 듯했는데 의외의 존재가 흔들었다. 

말 특유의 기척이 가까운 곳에서 들렸던 것이다. 

'혹시 텐트를 덥치는 거 아니야?' '말에게 밟혀서 죽을 수도 있나?' 

깊은 밤 말의 풀 뜯어 먹는 소리가 이렇게 위협적일 줄이야.

경계의 귀는 초원의 밤에 묻고 노곤한 유목민처럼 풀 위에서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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