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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Nov 18. 2018

<성난황소> 리뷰

(굳이) 분노조절 잘해


<성난황소>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로마의 휴일>에 이어 또 한 번 고전의 후광을 노리는 <성난황소>입니다. 이 쪽은 띄어쓰기가 되지 않은 것이 차이라면 차이네요. 어디 인터뷰를 보니 감독이 의자에 앉아 있는 마동석의 뒷모습을 보고 불현듯 떠올라 지은 제목이라고 합니다. 근육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작품을 이어가는 중인 마동석을 비롯해 송지효, 김성오, 박지환, 김민재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거친 과거를 벗어나 수산시장에서 건어물 유통을 하며 건실하게 살던 동철. 어느 날 길 한복판에서 조금 무서워 보이는 사람들과 접촉사고 시비가 붙고, 며칠 뒤 아내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아내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던 바로 그 때, 동철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죠. 오히려 아내를 납치한 대가로 거액의 돈을 내미는 그들의 모습에 동철은 마침내 팔을 걷어붙이게 됩니다.

 납치된 딸 혹은 아내를 구하러 가는 아빠 혹은 남편. <테이큰>처럼 중심 소재로 써먹는 경우부터 인질극처럼 짧게 치고 빠지는 경우까지 활용 범위는 다양합니다. <성난황소>는 당연히 전자가 되겠구요. 거기에 평소 자신의 힘과 과거를 일부러 숨기고 살아가던 누군가가 '눈이 돌아간' 이후 다 때려부수는 쾌감과 함께합니다. 이미지로 보나 시각적인 면으로 보나 마동석을 넘어설 퍼즐 조각을 찾기는 어렵죠.



 줄거리엔 기대할 구석이 많지 않습니다. 모든 장면은 다음 장면을 예고합니다. 맨주먹 한 쌍만 가지고 아내를 구하러 가는 뻔한 여정입니다. 게다가 서론은 너무 길고 캐릭터는 남습니다. 약간의 난관은 적당한 잔머리로 해결하고, 곁에 데리고 다니는 듀오를 통해 웃음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아주 멍청해질 뻔한 여러 번의 위기에서 약간만 멍청해지기로(?) 타협을 합니다. 웃기는 것에 더해 최소한의 쓸모가 보장된 덕입니다. 

 지금의 마동석을 만든 건 <범죄도시>의 스퍼트가 굉장히 컸고, <범죄도시>의 재미와 흥행은 주인공 마동석에 버금가는 윤계상이라는 악역 덕에 가능했습니다. 그 주먹과 팔뚝을 내세우려면 그를 받아낼 만한 존재감이 필요합니다. <챔피언>, <동네사람들>, <원더풀 고스트> 등 마동석의 근육을 조금이라도 이용했던 차기작들은 모두 이를 간과했죠. 애석하게도 <성난황소> 역시 그 뒤를 따릅니다.

 김성오의 기태는 <다크 나이트>를 너무나 재미있게 본 티를 팍팍 내는 악당입니다. 보라색 정장에 입이 찢어질 듯한 웃음은 물론, 사람이란 언제든 타락시킬 수 있는 위선자에 불과하다는 과도한 철학(...)까지 안고 있는 인물이죠. 아주 깊고 진지하게 담아내도 모자랄 개성을 양산형 액션영화의 흔한 동네 조폭 두목에 씌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기 톤과 캐릭터의 색까지 눈에 튀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액션의 쾌감마저 2% 부족합니다. 눈이 돌아가다 만 것 같습니다. 마동석을 주연으로 한 <성난황소>라는 영화쯤 되면 연속되는 펀치로 조직원 200명 정도는 너끈히 잡아야 할 것 같지만,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둔탁함 탓인지 숨이 금방 차오릅니다. 경찰에게 넘긴 돈을 가져오라는 악당의 말에 (현금 박치기로 운영되는 흥신소 사장과 그의 어마어마한 인맥을 뒤로한 채) 경찰서를 털기로 결심하는 아둔함은 애교로 봐 줘야 할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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