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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16. 2023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 리뷰

심심한 사제의 말씀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

(The Pope's Exorcist)

★★☆


 <오버로드>, <사마리탄> 등 유혈 특화 필모그래피를 보유한 줄리어스 에이버리 감독의 신작,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입니다. 원제 <The Pope's Exorcist>는 보다시피 '교황의 퇴마사' 정도에 가깝지만, 국내엔 좀 더 직접적인 제목으로 수입되었네요. 러셀 크로우를 주인공으로 다니엘 조바토, 알렉스 에소, 프랑코 네로, 피터 드소우자-페이허니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스페인으로 이사를 온 미국의 한 가족에게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집니다. 어린 아들 헨리가 귀신에 홀린 등 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하더니 초현실적인 힘으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하죠. 이에 바티칸 최고의 구마 사제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가 나서고, 동료 신부 토마스와 함께 악령과 맞서는 와중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거대한 비밀을 마주하게 됩니다.


 보시다시피 <검은 사제들>, <사자> 등 이제 국내에서도 아주 생소하지는 않은 장르가 된 오컬트 영화입니다. 전개도 비슷하죠. 조그마한 광고용(?) 사건으로 포문을 열면서 주인공 역할을 할 퇴마사를 소개하고, 평범한 가정에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거대한 악이 드리웁니다. 주인공에게 다다르기 전 잔챙이 퇴마사들 몇 명이 떨어져나가고, 남은 것은 주인공뿐일 때 진정한 대결이 시작되죠.



 이번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 또한 그 공식에서 거의 한 치도 빗나가지 않습니다. 영화를 여는 첫 퇴마를 통해 성직자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어긋난 성격인 주인공 가브리엘 아모르트를 소개하고, 퇴마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지 간단히 소개하죠. 그 뒤 헨리네 집에 어마어마한 악령이 출몰해 그 유명한 가브리엘이 출동해 상대하며 그보다 더 큰 비밀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초반부는 일단 흥미롭기는 합니다. 창작물 소재로 등장하는 퇴마는 보통 그렇죠. 성경 구절과 라틴어, 성수와 성물들로 악귀를 퇴치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새삼스러운 신선함을 줍니다. 악마의 이름을 살살 알아내어 돼지에게 옮겨가게 한 다음 돼지의 머리를 날려서(!) 없앤다니, 간단하면서도 충격적인 광경에 일단 눈길과 호기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오락성이나 상업성으로 한 발을 더 내딛으면 <콘스탄틴>같은 쟁쟁한 작품과 경쟁해야 하기에 보통 그렇게는 하지 않죠.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딱히 새롭게 보여줄 것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럴 때 각본에게 남은 선택지는 처음 무대를 짜낼 때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것들을 끌어오는 것이죠.


 때문에 영화는 초중반부와 중후반부가 꽤 다른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분명 아모르트 한 명을 주인공 삼아 헨리에게 깃든 악령을 상대하는 영화였는데, 후반부는 교회의 치부와 관련된 역사가 개입하고 두 성직자의 버디 무비로 탈바꿈하죠. 각 부분들만 놓고 보면 딱히 어긋나 보이지 않으나, 별다른 연결고리도 없이 어느새 다른 영화가 되어 버리는 것이 가장 큰 불협화음입니다.


 거기에 주인공들의 과거사를 풀어놓고 악령의 덩치를 키워 판타지 장르로 갈 듯 말 듯 하더니, 기어이 세계관을 확장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사실은 이것이 모두 실화였음을 밝히며(?) 한 발 물러섭니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나타나는 당혹스러움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퇴마라는 소재로 겉보기에 간신히 하나로 묶여있을 뿐, 그 내용물들은 서로에게서 벗어나려 애를 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나마 러셀 크로우의 능청맞은 연기가 아모르트의 개성에 조금의 힘을 불어넣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누구를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도 확실히 정해두지 않은 채 퇴마라는 소재의 순간적인 동력에만 기댄 것으로 보이죠. 그렇게 너무 많은 면에서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 버렸는데, 아까운 실화를 한 개 날린 것이 가장 큰 손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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