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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깡 Apr 26. 2022

계절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아이

초등학교 육 학년 시절 이름도 모르는 반 아이가 있었다.

같은 반이었으나 대화를 눠 본 적도 없었기에 특별히 기억에 남을 일이 없을 아이였지만 '학교폭력'이라단어에 부딪치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친구였다.


그 애가 학기초부터 우리 반이었는지 전학을 와서 갑자기 우리 반이 되었는 지 영문도 모른 체 그 아이는 6학년 5반이었고 초등학생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소문이 그 아이 주변에서 들려왔다.

'담배를 피웠다'더라 '교장선생님의 지갑을 훔쳤다'더라 등  


그 아이를  생각한 것은 유 퀴즈 때문일 것이다.

방송을 보고 담담히 푸른나무재단에 매달 후원을 지정했다.

폭력은 오랫동안, 묵묵히, 무심히 우리 주변에 너무나 흔하게 파리떼 마냥 있는 그런 종류의 것었다.

그 아이와 친하지 않으니 모든 게 괜찮, 함께 밥을 먹지 않아도 함께 놀지 않아도 아무 상관이 없는 암묵적인 돌림은 때리는 폭력보다 낫을 게 없.


늦가을 졸업사진에서 반팔 티를 입은  아이는 동급생 무리에서 열 걸음 뒤로 물려서  사진을 찍었고 그 따돌림은 영원히 박인되었다.


폭력이라는 단어에 이토록 아프게 그 아이를 떠오르는 것은, 그 아이의 추억 한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 아이 우리 집  대문에

다음날 이사를 간다며 하이얀 강아지를 부탁며 서 있었다.


"너 괜찮아? 무슨 일이야?"

"어디로 이사 가는데?"

"우리 집은 어떻게 안거야?"

"왜 나한테 강아지를 맡기는 거야?"


궁금한 것을 물어보지 했다.

그저 네 걸음 정도 떨어져, 우리 집은 강아지를 키워 잡아먹 웅얼거리다 덜컥 강아지를 받아버렸다.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너무 어려서 감지하지 못했지만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그 강아지는 어떻게 되었더라 떠올려보 미안하게도 선명한 기억이 없다.

그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도 모를 만큼 기억이 없다는 것 그 무심함에 스스로가 멈칫거린다.


그 아이의 불안한 날갯짓을 보면서도 뒤로 발걸음 치던 내 모습이 도무지 만져지지 않는 내 다른 모습 같아서 종종 꿈속에서 그 애를 만나 이야기 하기를 바란다.


- 안녕? 그때 너한테 은걸 물어보지 못해 미안해. 




푸른별 000님, 마음을 담아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이 입금되었습니다.

따스한 봄바람 같은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시는 000님, 감사합니다. 후원자님의 일상에도 행복이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 푸른나무재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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