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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깡 Apr 18. 2022

행복한 마음이 마음에 걸리다.

작년 11월 독거어르신 가정방문으로 길거리를 배회하다 골목 모퉁이에서 오픈 준비 중인 동네책방을 봤다.


동행한 도우미 선생님은 "무슨 이런 10평도 안 되는 가게에 서점을 한다고.." 불안해했지만  어쩐지 나는 이 책방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강한 예감을 받았다.


공사 중 창문에 걸어진 인도 패브릭 가림막 커튼과 자연과 어른동화를 중심으로 여행, 커피 등 취향을 담은 다양한 장르의 책과 기념품을 판매한다는 보드판 글 쓰임, 가게 밖 우디향이 묻어 나오는  가히 범상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끔 생각이 났고 계절이 두 번 바뀌고서야 남편의 승진 선물을 고를 겸 책방에 들렸다.

선물을 받을 이의 마음에 비집고 들어갈  책살피다 은평 불광천 풍경을 그린 '천변 일기'를 발견했다.


불광천은 우리 가족 단면에 아롱다롱 추억으로 자리잡기에 충분한 장소였기에 보테니컬 책 포장지 위 곱게 말린 꽃들에 묶인 책을 보며 받는 이의 마음에 보낸 이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랐다.


그렇게 모퉁이 책방은 오롯이 나만 알고 싶은 책방이 돼있었다.


'천변 일기'를 에코백에 넣고 불광천을 걸었다.

솜사탕을 들며 돌다리를 건넜고 남편의 유년시절 단골이었다는 식당에서 특 설렁탕을 먹으며 회사와 육아로 헐어버린  하루를 오롯이 보상받고 있었다.


산책 중 변의 운동기구를 발견하면 아이들은 달려갔다.

특히 거꾸리에 매달린 아빠를 신기해하며 아빠의 머리가 땅에 닿으면  "아빠 뭐 해?" 하며 몸을 구부려 아빠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들이댔다.

꽃바람 날리는 천변에서의 따뜻한 풍경이었다.


이어 첫째 아이가 거꾸리에 매달렸다.

녹슬고 뻣뻣한 운동기구에 아이의 몸이 들어가기에 불안했고 몸이 아래로 향할수록 아이의 몸이 심하게 흔들려 신발이 한 짝씩 떨어졌다.

뭐에 홀린 것인지 아이의 신발을 주우려 거꾸리 밑 공간으로 들어갔다.


순간 철갑을 씌운 야생동물 같은 기구가  머리 아래로 툭 내려앉더니 혹이 생기고 손바닥 닿는 곳마다 피가 묻어 나왔다.


벚꽃 아래 무척 행복했던 마음이, 마음에 걸린 것이다.  


그렇게  우리 아는 작은 소동이 일난 무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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