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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던져진 존재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던져졌는지 알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

오늘은 오후에는 미팅이 있어서, 외부에 나갔다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고층빌딩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이곳에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데, 이곳 풍경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저의 의식이 아직 이곳에 익숙해 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어떻게 제가 뉴욕이라는 도시에 오게 되었는지, 이곳에서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 삶의 터널을 지나야 했는지에 대해서 확실한 답을 할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넘어서서, 제가 왜 세대간에 전해 내려오는 트라우마의 영향력 아래서 아직도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설명을 할수는 없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을 내던져진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참 멋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주어진 상황 안에서 열심히 살아보려고 게으름 부리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고 저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이 어떤지도 알지 못하고 열심히만 하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저의 삶을 힘들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됩니다. 던져지 존재인데, 어디에 던져졌는지 생각도 하지 않고, 무조건 뛰기만 했던 것입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가야할 방향을 결정하고, 상황과 목표에 맞는 노력을 해야 했는데,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그저 뛰기만 했으니 삶이 순탄했을리가 없습니다. 


방향을 정해서 뛰어도 바쁜 마당에, 두려움에 쫒기면서 방향성 없이 이리저리 도망가고, 동굴속에 숨어있는 삶이 성공적일수 없었습니다. 한참 그렇게 살다가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하고는,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뭘하고 지금까지 살았는지도 알지 못하는 혼돈이 왔습니다. 마치 군중속에서 엄마의 손을 놓쳐서 길을 잃고 울면서 이리저리 군중속에서 휘둘리다가 그 많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혼자 남겨있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그자리에 서서 혼돈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계속 머물러 있기만 할수는 없었습니다. 가족들을 보살피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저 생존하기 위해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살아가는 삶은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삶의 의미도 없고, 방향성도 없어서 삶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오래 삶을 살아도 전혀 나아지는 것 같지 않고, 그저 자기의 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은 그 허탈함, 그리고 자괴감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게 삶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헛헛한 마음을 술한잔으로 달랠수도 있겠지만, 그때분이지, 마음 깊은 곳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가족세우기(Family Constellation)을 만든 버트 헬링거는  "어두움의 힘을 마주해서 직접 처리하는 사람만이 그들의 힘의 근원과 연결될수 있다 (Only those who confront the dark forces are connected to the roots of their strength)"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칼 융은 그림자 작업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한사람의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는 작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그림자는 우리자신의 일부중에서 무시하거나 거절했던 부분들인데, 대부분은 부정적인것 혹은 수치스러운것, 두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칼융의 분석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그림자 작업을 통해서 개인은 성장을 이룰수 있고 자신만의 독창성, 창조성, 그리고 정서적 자유를 경험할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그림자들을 자신의 삶에 통합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성장과 삶의 의미를 찾아갈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족세우기와 그림자작업은 방향성을 잃어버린 저의 삶에 한줄기 빛이 되었습니다. 마음 안의 고통을 해결하고 싶었지만, 어디서 그 작업을 시작해야 할지 몰랐고, 답답하기만 했던 저에게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의 무의식을 꺼내보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엄청난 두려움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삶의 의미를 찾고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내야 할 두려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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