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에 필요한 건축
*브리크 매거진 온라인에 개재한 칼럼의 일부입니다.
*원문은 아래 링크된 브리크 매거진 홈페이지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 시대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환경적 차원에서의 지속가능성이다. 기후위기는 당장 모든 지구인이 체감하는 문제다. UN이 앞장서서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 어젠다를 제시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건축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도 수상소감에서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최근 많은 회사들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발전시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건물의 배치와 모양이 어떻게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어떤 재료와 공법이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지를 전문 컨설턴트와 함께 리서치한다. 정부도 여러 가지 정책적 지원을 통해 제로에너지 건축물과 저탄소 건물 등을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최선일까. 근본적으로 의심 가득한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따지고 보면 애초부터 짓지 않는 것이 최고의 친환경이지 않는가! 건물을 짓는 행위 자체가 환경 파괴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처럼 자연 재료로 인간의 힘만 써서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즉, 현대사회에서 건축과 지속가능성은 애초에 모순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는 오늘부터 아무런 건물을 짓지 않아야 한다. 물론 이렇게 극단적으로 따지면 인간의 존재 자체부터 환경 파괴이니 인간부터 사라져야 하겠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지구를 위해 사라질 수 없듯이, 모든 건축 행위가 하루아침에 조선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결국 최적화 문제로 귀결되는 것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건물을 짓는 일을 피할 수 없다면 가능한 친환경적으로 지어보자는 것이다.
건축에서 지속가능성은 건물을 덜 짓는 세상을 향해가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건물을 덜 지으려면 이미 지어진 건물을 애지중지 오래 써야 하고, 새로 짓는 건물을 오래가도록 지어야 한다. 오래 가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친환경적으로 건물을 지어본들 재개발을 내세워 수십 년이 채 되지 않아 부수고 새로 짓는다면 결국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오래 지속시키는 건축물이 돼야 한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 등은 그다음 이야기다. 건축물이 오래 지속되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중요한 건축적 과제일지도 모른다.
튼튼한 건물을 짓자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충분히 오래 갈 수 있는 건물도 쉽게 부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대부분의 재개발이 그렇다. 기능상 멀쩡한 건물도 수틀리면 파괴한다. 반대로 버리기에 아까운 건물은 무너져가더라도 기어이 살려내어 쓰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계속 곁에 두고 함께하고 싶은 건축물인지 여부다. 그저 무너지지 않아서 오래 서있는 건축물과 부수기가 아까워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건축물은 다르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건축물의 시작은 버리기에 아까운 건축물을 만드는 일이다. 그 건물은 튼튼하면서도 탄소발자국이 적어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일단 버리기에 아까울 만큼의 애착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질기고 튼튼해도 옷장에서 선택받지 못하다가 버려지는 옷들과, 긴 시간 보관하며 소중히 관리하며 입는 옷의 차이와 비슷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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