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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다 Mar 04. 2024

왜 운동할 땐 자기 비하를 하는 게 힘들까?

지금 당장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방법



핀터레스트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밖으로 매일 산책을 나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운동의 효율을 어설프게 따지던 때도 있었다.


‘산책 열심히 하고 들어와도 아이스크림 1개 먹으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산책은 운동도 아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운동을 더 힘들게 하는 게 효과적일 거다!’


이런 생각들.

사실 뭐 틀린 말은 아닌데, 그렇게 딴죽 거는 것치고 더 효율적으로 운동을 했냐고 물으면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요즘은 ‘매일 운동하기’라는 계획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산책을 자주 이용한다. 매일 같이 산책을 하다 보니 가끔은 걷는 게 지겨워지면 뛰기도 한다. 이제는 일단 걷고 있어야 뛸 확률도 높아지는 걸 안다.


매일 산책을 하다 보니 비슷한 노래를 매일 듣는 것도 지겨워 가끔은 음악 없이 저벅저벅 걷곤 한다. 이어폰을 빼고 주변 소음을 들으면서 걷다 보면 종종 풀리지 않던 일에 대한 해결책이 떠오르거나, 높은 확률로 무작정 긍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냥 뭐든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운동할 때 가장 많이 떠오른다. 부정적인 생각도 운동을 하다 보면 점점 씻겨져 내려가고, 그 자리를 긍정적인 생각들이 차지해버리더라.


핀터레스트


대체 왜 운동할 때만큼은 우울한 생각, 자기 비하적인 생각을 하는 게 힘들까?


물론 운동을 할 때 뇌에서 어떤 호르몬이 생기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나의 경험상 내가 생각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컸다. 그냥 누워있을 수 있음에도 내 의지로 움직이고 있는 지금의 나를 비하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반대로, 누워있는 상태에선 어떤가. 누워서 핸드폰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자기 비하를 할 땐 대부분의 경우 해야 할 일을 미룰 때가 많았다. 눕는 게 문제가 아니다. 해야 할 일을 다 끝내고 상쾌하게 침대에 누울 땐 우울한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으니까. 할 일을 계속 미루고 누워서 생각만 할 땐, 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인 것이다. 그러니 그 상태에선 난 무엇도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자괴감에 들기 쉽다. 반대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침대에 누웠을 땐, 내가 원해서 침대에 누운 것이기 때문에(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인 상태이기 때문에) 우울하지 않은 것이다.


운동을 하면 핸드폰을 물리적으로 덜 보게 되는 것도 부정적인 생각을 밀어내는데 한 몫한다.


책 ‘도둑맞은 집중력’에서는 우리의 스크린타임이 곧 테크기업의 사업모델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은 기쁘고 긍정적인 소식보다 부정적인 뉴스를 더 오랫동안 보는데, 우리의 시간을 가능한 많이 뺏어 광고를 보게 해야 돈을 버는 소셜미디어는 핸드폰을 오래 볼수록 더 과격하고 충격적인 영상을 보도록 알고리즘을 만든다고 한다. 냉소적이고, 누군가를 조롱하는 영상들을 할 일을 미룬 채 누워서 계속 본다면 부정적인 생각을 안 하는 게 더 힘들 것이다.


운동을 하면 일단 핸드폰을 쳐다볼 수가 없다. 물리적으로 핸드폰과의 거리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생각이란 건 사실 거창하지도 않고, 오히려 시시껄렁할 때가 더 많다.


‘운동 끝나면 뭘 먹지?’ ‘집에 우유가 떨어졌던가..’ ‘오늘은 유독 회사가 추웠지’

이런 시시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자연스럽게 현재의 고민까지 손을 뻗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그 고민에 대한 답이 간혹 떠오를 때가 있다. 누워서 자책할 땐 절대 떠오르지도 않던 해결책들이.

게다가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는 상태에서 해결책이 떠오르면, 분명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꼭 증정품처럼 같이 따라온다.


핀터레스트


내면과 외면의 선순환을 만들려면


1. 가볍게 운동을 할 때마다 긍정적인 생각만 떠오르니 운동을 비교적 반복하기 쉽다.


2. 운동을 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이 반복되다 보면, 근본적으로 나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뀐다.

3. 운동을 계속하면 체력이 좋아지고, 체력이 좋아지니 운동하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자주 시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4. 몸도 전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5. 결국 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의 근거가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생기게 된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핸드폰만 보다가 정신을 차리니 어둑한 저녁이 된 적도 많았다. 이런 하루들이 계속 반복되는 건 위에서 말한 선순환과는 정확히 반대되는 악순환의 루트에 탑승하는 지름길이다.


해야 할 일을 계속 미루고 나와의 약속을 어기는 걸 반복하다 보니 나를 못 믿게 된다. 부정적인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움직이지 않으니 체력은 점점 나빠진다. 눈앞의 일을 해결하지 못하니 좀 더 먼 미래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도 찾을 수도 없다. 부정적인 생각이 점점 나 자신이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자기 비하는 나 자신의 상황을 나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경험들이 쌓이고 쌓일 때 느끼기 쉽다.


이제는 산책하는 이유가 조금 더 다채로워졌다는 걸 느낀다. 막연히 살을 빼고 싶다기보단, 답답한 기분을 환기시키고, 자기 비하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나선다. 아주 가끔은 기발한 생각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집을 나서기도 한다.


목적은 없지만 시간은 30분쯤.

배에 힘을 주고, 다리는 힘차게 뻗으면서 앞으로 한 발, 두 발 나아가는 느낌을 느낀다. 옆으론 차가 지나가고, 마주 오는 사람이 다가오면 옆으로 슬쩍 빠져 걷기도 한다. 산책 나온 강아지는 눈으로 쓰다듬고 지나가는 걸 잊지 않는다.


그 상태에선 대체로 아무 생각이 없다. 미래를 걱정하는 것도, 과거를 후회하는 것도 걷는 데엔 그리 필요하지 않아서일까. 움직이면서도 쉬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는 이유도 분명 이 때문일 것이다.


겉은 고요하지만 머릿속은 전쟁터나 다름없을 정도로 자기 비하를 하고 있다면, 지금의 휴식 방법이 나에게 맞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꼭 몸이 편안한 것만이 휴식이 아닐 때도 있다. 몸은 누웠는데 정신은 똑같이 편안하게 쉬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으니까.


자기 비하로 머릿속이 시끄럽다면, 가장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방법으로 머리의 휴식을 자주 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은 지친 정신에 아주 좋은 휴식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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