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속담처럼 유년시절 우리집은 제사가 많았다. 함지박에 쌀불려 머리에 얹고 나가시면 이내 제사용 절편이 되어 돌아왔다. 서로 엉겨붙지 않게 들기름 쓰윽쓰윽 바르고 나면 제사 끝날때까지 근처도 못간다.
비록 소고기 한점 올리지 못한 살림이지만 제사는 정성껏 준비하셨다. 그런 제사상, 차례상엔 나의 최대 관심사는 과즐위에 올라가는 약과나 알록달록 무지개빛 젤리였다.
주전부리가 귀했기에 제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시간들이였다. 새벽 제사를 지냈었기에 잠들다 그만 제사를 못보고 놓쳤던 순간들도 있었다. 바구니 한켠엔 제사 지낸 과일과 과즐, 약과등의 간식거리가 놓여지고 쪼르르 바구니로 달려가서 먼저 손에 잡은건 약과였다.
나혼자 다 먹고싶었지만, 그럴걸 눈치채신 할머닌 과즐까지 5등분하여 똑같이 나눠주시곤 했다. 먼저 태어났다고 더 준다거나 어리다고 더 준다는건 없었다. 공평하게 똑같이 나눠주신 덕분에 실랑이도 없었다.
그럴때면 나만의 보물창고에 숨겨두고 젤 맛있다고 느끼는건 제일 뒤에 먹기로 하고 맛없다 느끼는 순서부터 꺼내 먹곤했다. 그러나 이 순간을 놓칠리없는 나의 2살 터울 오빠는 나의 빈틈을 찾아 나 모르게 꺼내 먹었고, 뒤늦게 알게된 나는 1살 터울 남동생꺼를 탐내고 있었다.
약과만 보면 유년시절 숨겨서 아껴먹던 내가 불쑥 튀어 오른다. 좀더 시간이 흐른뒤엔 친정엄마께선 날 위해 약과를 따로 빼어 두셨다. 나만큼 약과를 좋아하는 다른 형제가 없었던 탓일까? 오롯이 내 몫이 되었을때 먹는 약과는 치열하게 눈치작전 써가며 약과 맛과는 조금은 덜 맛있게 느껴졌다.
팔순이 조금 넘으신 친정엄마께선 아직도 약과만 보시면 나를 위해 챙겨 두신다. 기억을 조금씩 잃고 계신 엄마에겐 아직도 막내딸이약과를 좋아한다는것을 잊지 않으셨다. 친정엄마의 약과를 듬뿍 먹고 자란덕에 새롭게 변신한 약과쿠키가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