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고 향기롭게 Jul 21. 2023

의로운ㅡ옥수수

나눌수록 채워지는 마음


고향 친구에게 톡이 온다.

"ㅇㅇ~~

ㅎㅎ 잘지내지?

어제 소영이 만나서 농사일 하러 갔다는 얘기는 들었지... 이 더위에... 고생이 많아유...

내일쯤 옥수수 도착 할꺼여...

맛 나게 먹어...

소영이랑은 오늘저녁 세계합창대회 개막식 간다...ㅎㅎ

쪼게 부럽지...가까이 살면 좋을텐데...(눈물)"


중학교 동창 친구로부터 매년 '행복'이라며 옥수수랑 감자가 배달되어 온다. 고향떠나 살다 각자 또 결혼생활에 일하며 아이키운다는 현생살이에 자주 만나지도 못했다. 친구가 그리워질때쯤 아이들도 손이 덜 갈만큼 커있었다. 스스로 옷정도는 입을때였으니 친구가 보내준 옥수수를 빙둘러 앉아 껍질을 벗기며 옥수수 수염에 간지럼도 놀이도 하며 엄마에겐 이런 친구도 있다며 자랑도 덧붙이곤 했었다.



두박스 100개. 지인들과 나눠먹으라며 넉넉히 보냈다한다. 친구덕에 생색은 내몫이 되어 탈탈 털고나니 우리가족 수만큼만 남기게 되었다. 조금은 아쉽게 먹어야 또 귀한줄 알기에 햇옥수수는 그렇게 지인들과 정을 나누었다.


며칠이 지났다. 내가 일하는 파트타임 맞은편 카페 사장님이 툭하고 건네고 가신 커다란 검은봉지. 그안엔 파릇파릇 싱싱한 옥수수가 한가득 들어있다. 친구분이 직접 농사지으신 거라며 보내주셨단다. 나눠먹자며 놓구가신 옥수수 봉지에 반가움이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식구수만큼만 챙겼다. 한번 삶아 먹을정도로만 챙기고 나머진 사장님께 드렸다. 금방 갓 따온듯한 옥수수는 그 단맛이 일품이다. 비교적 옥수수를 좋아하는 둘째가 신나게 먹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났다.

주말이 거의 지나갈무렵 초인종이 울렸다.

둘째 친구였다. 주말 친할아버지댁에 다녀오면서 옥수수를 삶아 왔다며 호박이며 감자랑 한보따리 놓구갔다. 정을 나누는 마음이 어느 여름보다 시원한 기분이다.


삶아진 옥수수를 참을수 없어 한입 베어 물었다. 순식간에 한통을 해치웠다. 남은 옥수수는 냉동실에 고이 모셔두었다.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아이들 간식거리로 말이다. 두봉지로 나누어 얼린 옥수수를 볼때마다 흐믓해졌다.


그리고 어제 저녁.

친하게 지내는 지인언니로부터 톡이 왔다.

친정이 강원도 횡성인 언니는 친정집서 보내 옥수수를 나눠먹자고 한다.

의로운 옥수수


전래동화속 의로운 형제처럼 나눌수록 채워지는 기분이다. 동화속엔 밤새 동생네를 걱정하던 형의 마음처럼, 형네를 생각하는 동생마음처럼 비우고 비워도 또 채워지는 마음이랄까? 비록 동화속 벼는 아니래도 옥수수면 어떠하리.

곱게 머리를 묶고 반질반질한 구두를 신으며 어린이집을 가는 여자아이처럼 옥수수는 말끔하게 정리까지하여 보내주셨다. 이또한 사람손을 거치지 않을수 없으니만큼 옥수수 한통한통마다 정성이 느껴진다.


중복인 오늘은 닭대신 옥수수를 삶아 더위를 이겨내보려 한다. 이열치열 뜨거운 김을 뿜어내는 냄비속의 옥수수는 마음까지 시원하게 느끼게 해주는 듯 하다.


이렇듯 올해 옥수수는 의로운 형제를 부럽지 않을만큼 나에게 의로웠다. 그리고 함께 나눠주시고 나눔의 기쁨을 느끼게해준 나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함이다.



작가의 이전글 옥수수향기는 추억이 되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