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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분방 Jan 11. 2019

33화 보히니호수 숙소, Hotel Jezero 밤거리

슬로베니아 보히니


Hotel Jezero

보히니 호수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는 Hotel Jezero, 낯선 도시에서의 밤은 그렇게 흘러만 간다. 나는 낯선 여행지를 찾게 되면 늦은 밤 산책을 하고, 다시 아침이 찾아오면 새벽녘에 산책을 하곤 한다. 한 도시를 오랜 시간 여행을 하는 것보다는 빠르게 여러 곳을 여행하는 한국인의 여행 방식이 잘 맞는 나이기에 그런 것인지, 이런 여행이 일상처럼 익숙해져 버렸다. 사실 조금은 위험한 행동일 수 있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너무나도 아쉬웠기에, 이 시간들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짝이는 조명들

늦은 밤,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호텔 근처에는 조명이 잘되어 있는 편이지만, 발칸반도 슬로베니아 보히니의 밤은 어둡고, 또 어둡기만 했다. 어둡다는 것은 하늘 위로 또 다른 빛이 보인 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나는 늦은 밤 삼각대를 챙겨 하늘의 은하수를 담기 위해 이날도 노력한다. 






Cerkev Sv. Janeza Krstnika

호텔의 건너편으로는 작은 성당이 하나 있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무수히 많은 성당들을 마주하고 처음에는 한글로 읽어보려고 노력했는데, 점차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저 'Cerkev Sv. Janeza Krstnika'이름 그대로 두고 바라본다. 그저 내가 바라보고자 하는 것은 읽은 것이 아닌 이 시간의 순간을 보고 느끼는 것이니까. 성당 안쪽으로는 벽화가 하나 있었고, 조그마한 성당이라고 보고 넘어가기엔,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공간이었다.






별똥별이 은하수를 가를 때






하늘을 가득 메운 은하수와 눈 덮인 설산,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저 이 시간 속에 오래도록 가만히 멈춰있고 싶다는 욕심마저 생긴다. 날은 추웠지만, 사진 속 세상이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져만 갔다. 나에게도 이런 시간을 즐길 여유가 있기에,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다시금 일상 속 순간으로 돌아온다. 하늘이 은하수도, 무수히 많은 별들도 없이 그저 평범한 세상으로 돌아왔다. 이제 나도 내일을 준비해야 하니까, 나의 여행도 내일이 있기에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다시금 새벽이 찾아오면, 내가 지금 걸었던 이 공간을 다시 걸으면서 다시금 카메라 속에 담아보리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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