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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모 Feb 25. 2019

영화 <A first farewell> 리뷰

69th 베를린 국제 영화제의 영화들


Di yi ci de li bie(A first farewell)/GENERATION

아직 볼살이 통통한 10살 남짓한 소년은 망아지에게 먹일 풀을 뜯고, 아기 염소에게 우유를 먹이고, 어린 시절 청력을 잃어 몸이 불편한 엄마를 돌본다. 어린 소년에게 힘든 일처럼 보이지만 아이에겐 그저 일상이다. 친구들과 잠시 아기 염소를 데리고 나간 사이 엄마가 집 밖을 혼자 나가 길을 잃을까 문을 걸어 잠그고 나갔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형은 소년을 나무라고, 엄마를 찾아 걷고 또 걸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지만, 날은 어두워진다.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엄마에게 혹시나 안 좋은 일이 일어났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소년의 눈엔 눈물이 떨어지기 일보직전이다. 소년의 친구인 한 소녀와 그의 남동생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소년이 고모의 집으로 도움을 요청하러 가는 길에 동행한다. 세 아이는 사막처럼 펼쳐진 황무지를 함께 걸어간다. 남동생은 터덜터덜 걸어가는 소년의 뒤를 쫓아 옆구르기를 하면서 따라간다. 너무나 천진하고 사랑스럽다. 다리가 아프다는 소녀를 엎어가며 곧 고모의 집에 도착한다. 다행히 그곳에서 엄마가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먼 길을 걸어왔으니 좀 쉬었다가 가라는 고모의 말에도 소년의 그저 엄마를 빨리 보러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엄마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맨 소년의 지친 눈망울이 안쓰럽다.

엄마를 그저 어린 아들의 손에 맡길 수 없는 아빠는 엄마를 요양병원에서 지내게 하자고 한다. 소년의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도 하지만 엄마는 요양병원으로 보내진다. 엄마를 두고 나오는 소년의 뒷모습이 처연하다. 아이의 첫 번째 이별이다.

소녀의 엄마는 소녀가 도시에서 공부하고 만다린어를 배우길 바란다. 소녀는 부모의 뜻에 따라 도시로 향하고, 소년을 떠난다. 소년을 나무라기도 했지만 곁에서 힘이 돼주었던 형도 대학을 가기 위해 도시로 떠난다. 소년에게 버거울 것만 같은 이 이별들에도 아이는 너무 씩씩하고 담담해 보인다. 담담한 아이의 모습이 더 애처롭다. 그러다 모두가 떠나고 소년이 키우던 망아지 마저 사라진다. 망아지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찾으러 돌아다니는 소년의 모습이 눈발 휘날리는 시골 거리의 풍경과 함께 꾹 눌러온 슬픔을 터뜨리는 듯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실적이면서 아름다운 풍광의 위구르 지역 마을 모습과 소년의 일상, 그리고 이별에 담담하지만 아쉬움을 숨길수 없는 소년의 눈망울은 내내 애잔하다. 소년은 이 시골마을에서 그렇게 아프고 성장하고 그리고 언젠가 그의 어린 시절과도 작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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