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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철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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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철 Sep 03. 2018

왕돈가스의 맛


 또 마지막 4조각과 마주했다. 배는 이미 포화 상태이지만 나중에 생각날 것 같아 고민된다. 일단 하나를 입에 넣어본다. 다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나 더 입에 넣자 소스의 느끼함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다시 고민한다. '먹어? 말아?' 하다 미련 없이 2개를 동시에 포크에 찍어 입에 넣는다. 배가 터질 것 같다. 바지 벨트를 풀어도 숨쉬기가 불편하다. 참 미련한 행동이다.


 미련 남기지 않으려 미련 없이 먹었더니 미련한 행동이 됐다. 참 아이러니하다. 미련이 꼬리를 문다. 사실 미련은 마음이냐 행동이냐 따라 의미가 다르다. '마음의 미련'은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이고 '행동의 미련'은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릴 정도로 매우 어리석고 둔함이다. 어떠한 결과에 모자라면 마음의 미련이 넘치면 행동의 미련이 생긴다. '적당히'를 모르는 나는 매번 미련을 달고 산다. 확실한 건 어떤 미련이든 반갑지 않다.


 미련은 의문에서 시작된다. '어땠을까?'는 강력한 발단이다. 돈가스를 다 먹었지 않았더라면, 그 옷을 샀더라면, 너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다른 선택을 했을 경우 나올 수 있는 결말을 상상한다. 과거를 회상하며 다른 결말의 달달함에 빠지는 순간 씁쓸한 미련이 그림자 마냥 드리운다. 왜 우리는 이전의 선택을 만족하지 못할까? 미련한 행동에 화가 나며 미련한 마음에 속이 상한다.


 유독 끝나버린 연애에 대한 미련을 부린다. 술이 잔뜩 취해 전화하며 그와 앉았던 벤치에 혼자 다시 앉아 보기도 한다. 사랑했던 단면적인 순간을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헤어진 당일에 나눴던 질책에 가깝던 대화, 버겁다 느낀 본인의 감정을 망각하고 말이다. 이는 우리가 남긴 왕돈가스를 기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배가 터질 것 같던 상황, 눅눅해진 튀김옷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맛있었던 돈가스만 기억하는 것처럼.


 어쩌면 단면적인 순간을 그리워하는 행동 혹은 마음을 미련이라고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는 미련을 가볍게 볼 필요가 있다. 애틋했던 사랑의 결말은 남긴 돈가스와 다를 바 없으니.





Recipe_가츠산도

남은 돈가스 (미련), 가볍게 해결

식빵 2개, 돈가스 1장, 마요네즈 2큰술, 돈가스 소스 2큰술, 검은깨 10g

1. 구운 식빵 위에 마요네즈를 펴 발라준다.


2. 튀긴 돈가스를 올린 후 돈가스 소스를 뿌린다.

3. 식빵을 마저 올려 무거운 것으로 살짝 눌러준다.

4. 빵 테두리를 자른 후 반으로 자른다.

5. 검은깨를 솔솔 뿌리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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