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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기버 Jan 07. 2021

겨울철 빌라살이 필살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면 이것만은 꼭!

"어, 어, 어... 안돼!"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물을 틀었는데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났다. 푸쉭푸쉭 푸쉬식. 처음엔 물이 나오더니 곧... 끊겨버린 물. 하... 또다. 몇일간 이어진 영하의 맹추위에 수도관이 꽁꽁 얼어버린 것이다. 출근 준비를 하다말고 남편과 나는 드라이기를 들고 보일러로 향했다. 이전에 수도관이 얼었을 때 오셨던 기사님이 보일러 관쪽을 따뜻하게 하라 하셨던 말이 생각이 났다. 그런데 뭐. 몇 분을 데우고 데워도 물 한 방울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어쩔 수 없다. 생수로 씻자." 당장 출근해야하는 상황에서 해야만 하는 특단의 조치였다. 어떻게 어떻게 겨우 씻어서 아이들은 원으로, 우리 부부는 직장에 출근했다. 하루 종일 불편한 맘으로 일하다 일찍 퇴근하는 나는 둘째와 동갑인 아빠가 일하시는 동네 설비집에 연락했다. "물이 안나와요. 도와주세요."


당시 뉴스에도 등장할 정도의 동파소식에 기사님들도 바쁘셨다. 겨우 도착한 집에서 살펴보시던 기사님. "이거 단단히 얼었는데요?" 보일러관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건물 바깥 배관이 얼었다는 것이다. 오, 마이 갓. 바깥이 배관이 얼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특수 장비로 해야할 것 같습니다." "네, 어떻게든 좀 부탁드려요."


그렇게 대대적인 해동작업이 시작되었다. 기사님은 아주 뜨거운 스팀이 나오는 특수 장비를 가지고 오셔서 수도 계량기가 있는 곳부터 공략하셨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다. "나와요! 나와요!" 열어 둔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무슨 심봤다도 아니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밖에 계신 기사님께 외쳤다. 찬 물, 뜨거운 물, 모두 나왔다. 휴. 그런데 비용이...무려 25만원! (한 두해 전이니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금액에 너무 놀라긴했지만 기사님께 연신 감사하다 말씀드렸다.


그러면서 주신 기사님의 꿀팁! 밤에 자기 전에 꼭 물을 틀어 놓고 자라는 것이다. 똑똑똑. 아주 조금씩 떨어지게. 보통 냉수 방향으로 틀어 놓는데 꼭 온수 방향으로 틀어야 한단다. 그래야 보일러 관도 얼지 않는다는 것. 또 하나. 계량기 주변에 보온을 신경써야 한다시 집에 안입는 옷가지나 이불 있으면 가져 오라고 하시고 계량기 주변에 꾹꾹 넣어주셨다. 빌라의 수도 계량기는 아파트와 다르게 외부에 있어 추위에 쥐약이라고 한다. 이렇게 큰 일을 치르고 나서 배운 겨울철 동파방지 생존법.


하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지 않은가. 매년 찾아오는 강추위 소식이지만 깜빡하고 물 트는 걸 잊은 아침에는 수도 꼭지 앞에서 가슴이 쿵쾅거린다.




이제 8년차를 맞이하는 빌라라이프. 수년간 빌라라이프를 누리면서 겨울철에 꼭 필요한 필살기들을 정리해본다.

눈 내린 아침, 아래층 아저씨와 이모가 만든 눈사람


필살기1. 동파방지


앞서 살펴본 것 처럼 영하가 지속적으로 예상되는 날에는 매일 밤 자기 전, 이것만은 꼭! 온수 방향으로 물이 똑똑 떨어지게 해놓고, 수도 계량기 있는 곳에는 안입는 옷이나 이불을 꾹꾹 눌러 넣어 동파를 방지한다. 그럼에도 관이 얼었다면 응급조치를 해보되 안되면 전문가를 불러야 한다.


필살기2. 난방 삼총사


오래된 빌라에서 살다보면 우풍이라는 바람을 만나게 된다. 아무리 보일러를 틀어도 위쪽 공기가 차갑다. 활동할 때는 괜찮지만 잠을 자다보면 차가운 기운이 벽을 타고 내려온다. 우풍을 막기 위한 우리집 삼총사는 바로 난방텐트, 온수매트, 조끼. 위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난방텐트가 막아주고 온수매트가 텐트의 공기를 데워준다. 그럼에도 추위를 느낄 수 있으니 온가족이 조끼를 입어주면 끝. 이 삼총사가 있으면 우풍도 막고 난방비도 줄일 수 있다.


필살기3. 굿바이 곰팡이


오래된 빌라는 벽체가 얇아서인지 벽이 차갑다. 안에서 보일러는 열심히 틀다보니 온도차이가 많이난다. 심할 땐 벽에서 물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곰팡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슬픈 이야기. 최대한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고 일어나면 꼭! 환기해주는 것이 좋다. 바람이 들어와 젖은 부분들을 말려주고 습기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자주 물이 맺힌다면 단열을 도울 수 있는 인테리어 벽지 같은 것을 붙여두면 좋다. 한결 단열이 잘되고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동파방지를 알려주는 안전 안내 문자

다시 한파가 찾아왔다. 이번주 내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며 강추위를 예고하고 있다. 혹시나 물이 얼까 노심초사하지만 올 해도 필사기들을 구사하며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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