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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기버 Jun 23. 2021

아들의 입학 후 첫 눈물

초등학교에서 처음 경험하는 세계


아이들과 함께 여느 때와 같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하다가 아들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평소 이런 모습이 없었던 아들이었기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놀라지 않은 척, 모르는 척, 아이에게 물었다.


"아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속상한 일이 있었어?"


머뭇머뭇하던 아들.

천천히 아이를 통해 들은 내용은 이랬다.


학교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있었고,

오늘, 몇몇 친구들이 그림상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 딴에는 열심히 그림을 그렸는데...

하고 말하는 아들을 보니 귀엽기도 하면서 안쓰럽기도 했다.


사실 아들의 그림은 귀여운 만화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유치원 선생님이 사람을 졸라맨으로 그린다고 하셨으니... 그나마 요즈음은 좀 나아졌지만 잘 그리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엄마 입장에서 아들의 그림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들도 있고 참 좋다.


그림 실력도 실력이지만 아이에겐 초등학교의 수상 장면이 낯설었던 것 같다. 유치원 때까지는 선생님들이 모두 잘한다 칭찬해 주시고 다 같이 상도 받았는데 초등학교에 가니 몇 명만 상을 받는 상황이 아이에겐 새로운 충격이었나 보다.


굵은 눈물이 소리 없이 뚝뚝 떨어지는 아들의 모습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나름 나로서 할 수 있는 말을 꺼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놀라기도 했지만 최대한 속상한 마음을 읽어주려고 노력했다.


"아, 그랬구나. 아들도 상 받고 싶었는데 못 받아서 속상했구나."

"아들, 많이 속상하지? 열심히 했으면 된 거야. (토닥토닥) "

"우리 다음에는 더 잘 그릴 수 있도록 연습할까?"


끄덕끄덕하는 아이를 보며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아이가 잘 이겨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곧 그날이 왔다.

미리 선생님께서 진로 그리기 대회가 있다고 알려주셨다.


"아들, 진로 그리기 대회가 있네? 아들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과학자요."

"아 그래? 과학자는 뭐 하는 사람인데?"

"새로운 걸 만드는 사람이오."

"새로운 걸 만들어서 뭐 할 거야?"

"사람들에게 팔 거예요."

"아 정말? 그럼 발명가와도 비슷하겠다."

"아, 발명가로 할래요."


이렇게 아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진로 분야를 좁히고 미리 그릴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구글링도 해보고 어떤 구조로 그릴지 생각도 해보고... 완벽하진 않지만 당일 당황하지 않을 정도로 미리 생각을 함께 해보았다.

그림을 그리는 당일. 아이가 또 속상해하진 않을까 걱정하며 보냈는데 하교할 때 "잘 그렸어요." 하고 방긋 웃는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제시간에 그림도 그리고 연습하지 않았던 색칠도 잘하고.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오후에 온 선생님의 단체 메시지.


'아이들이 다 잘 그려서 수상자를 고르는 게 쉽지 않네요.'


결과가 너무 궁금했던 나는 하교하는 아이에게 물었다.


"아들, 그림 어떻게 됐어?"

"선생님이 잘 그렸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오, 정말?"

"그런데 상장은 아직 안 받았어요."

"정말 잘 됐다. 연습한 보람이 있네!"


아들은 씨익 웃었다. 아들의 기분 좋은 모습에 나도 덩달아 안심이 되면서 함께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선생님이 그냥 다 같이 칭찬해 주신 건지 진짜 상을 받게 되는 건지는 모른다. 아마, 못 받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워낙 잘 그리는 친구들이 많다고 하니. 그래도 아들은 오늘의 일로 지난날의 눈물을 씻어내지 않았을까.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흘린 눈물.

한 뼘 더 성장하는 재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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