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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Feb 13. 2024

옛 동네가 좋아요.

어릴 적 서울로 이사 온 후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한동네에서 쭉 살았다. 어린 시절 눈 뜨면 코 베어 간다는 서울 생활이라 했지만, 점차 낯선 서울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10년 넘게 같은 곳에서 살다 보니 대중교통의 편리함, 집 앞 시장 풍경, 근처에서 즐겨 먹던 떡볶이 맛까지 정들었다. 대학 졸업 이후 다시 서울을 떠나게 됐고, 전에 살던 동네가 그리웠다.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까지도 멀어진다지만, 익숙했던 곳에서 멀어졌어도 마음속에 늘 옛 동네가 생각이 났다.      


독립을 하고, 운동을 시작하며 다시 어린 시절 살던 동네로 자주 머물게 됐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동네로 돌아오니 어릴 때는 몰랐고,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 예전보다 새롭게 변한 곳도 있었고, 오래되어도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곳들이 있었다. 영원한 건 없다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변하지 않은 곳은 내가 오랜만에 동네로 돌아와도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정든 곳과 가까이 있다는 건 마음마저 편해지는 일이었다.


옛 동네가 주는 정겨움.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추억, 마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편해지는 마음은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낯선 길과 분위기에 적응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서 오는 것 같다. 새로운 곳의 설렘만큼이나 동네의 공기, 온도, 느낌 등 어린 시절부터 쌓여온 것들은 마음의 안정감을 주는 것들이 좋다.      


동네를 옮긴다는 건 그 시절의 추억을 잠시 묻어두는 일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동네를 떠나는 건 아쉽지만, 잘 묻어두었다면 다시 타임캡슐을 꺼내고 싶은 날이 올 것이다.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만큼 시간이 지난 후에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타임캡슐을 여는 순간 그 시절의 내가 기억날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내가 그립다면 옛 동네를 무심히 지나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잘 커 왔다는 걸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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