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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Jul 08. 2024

어른이 된다는 건

마냥 어릴 땐 모임이든 회식이든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하는 편이었다. 중요한 일정만 겹치지 않는다면 시간과 장소만 알면 어디서든 누구와든 잘 어울려 노는 ‘프로 참석러’였다. 하지만 이제는 재고 따지는 것들이 많아졌다.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 얼마나 빠를 수 있는지, 내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그리곤 당장 오늘 일정이 겹치지 않아도 내일의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하게 됐고, 내가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굳이 시간을 내어 참석하지 않았다.      


회식이나 모임에 나간다는 건, 사람을 만난다는 건 시간을 내어 마음 편히 놀고 즐기려는 것인데, 마음이 불편하다면 시간을 낸 것에 대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몸은 불편해도 마음이 편한 사람들과 함께인 게 좋았다. 낯선 사람과의 불편한 식사 자리는 괜히 맛있는 음식과, 좋은 분위기에서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의도 했든 안했든, 재고 따지다 보니 나이를 먹어갈수록 생각보다 모임에 나가는 횟수가 줄었다. 그런 회식 자리에서 친분이 높아질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기도 했고, 그런식으로 친해진 관계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기도 했다. 늘 해맑고 밝아 보이는 성격과 달리 회식 참석율이 낮자 “너 생각보다 그런 데 잘 안 간다”라는 말을 꽤 자주 들었다.      


인정했다. 가는 횟수가 준 것도 맞지만, 내 기준으로 내가 불편해할 자리는 굳이 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시간에 좋아하는 운동을 하느라 바쁘기도 했다. 그런 자리는 대부분 술자리로 이어지지만, 술도 마시지 않고, 잘 먹던 음식도 안 먹는다. 억지로 기분 좋은 척하는 건 성격에 맞지 않았고, 억지로 밝은 척해도 연기하고 있다는 게 다 들통이 났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친구를 만나 얘기했더니 “언니 그거 우리 어른이 되어서 그래”라고 했다. 반박할 여지 없이 맞는 말이라 할 말을 잃었다. 어린 시절의 나와 다른 점을 알게 된 후 어른이 되었음이 나도 모르게 느껴졌다. 어른이 된다는 건 좀 더 이기적으로 되는 거 같다. 당장의 즐거움보다 내일의 나를 먼저 걱정하게 되고, 내 마음의 편안함을 더 우선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간의 시간과 경험이 쌓인 어른은 이익과 손해를 좀 더 빠르게 판단하고, 사람을 만나는 건 좋지만, 그 사람보다 내가 써야 하는 시간, 돈, 감정이 더 아까운지 생각한다.      

이제 마냥 순수하던 지난 어린 날의 나는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조금 차갑고 서글프기도 했다. 나뿐만 아니라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그래서 그런 어려운 불편함을 다 감수하고 만나게 되는 게 진짜 사람들의 애정, 낭만이지 않을까. 우리가 낭만을 그리워하며 사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지 않을까. 사람들과의 연결을 애쓰면서 말이다.      


‘밥 한 번 먹자’는 말이 그냥 안부를 물어보 듯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정말 시간을 내어 만나는 사람들이 진짜 어른들의 사랑인 것 같다.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서로를 향한 마음이 같다면 그 길을 달려올 것이고,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쪼개 내어 나를 위해 써주는 그 고마움이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깝다는 하나의 증거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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