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파트너와 팀을 이뤄 게임할 때가 있다. 워낙 평소에 친하고 잘 알려주는 사람이라 같이 게임하면 재미도 있고 배우는 의미가 있었다. 같이 게임하면 내가 조금이나마 성장하는 게 느껴져서 늘 듣는 잔소리에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재밌어서 같이하는 걸 좋아했다.
이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나랑 같이 이 게임을 하는 이유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알려주고 도움이 되라고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게임을 잘하려면, 이기려면 내가 잘해야 한다는 거였다. 내가 하는 거없이 본인이 다 해서 이기면 무슨 의미가 있는 게임이냐고. 맞는 말이었다. 못하는 건 나인데, 배우려고 같이 하는 게임에 내가 어떤 도움도 얻지 못하면 시간과 에너지가 모두 아깝기 때문이다.
여러 번 같이 게임을 했지만, 이긴 날보다 진 날이 훨씬 더 많았다. 계속 지다 보니 지는 게 싫었다. 이기고 싶었고,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는 실력을 인정받고 싶었다. “나 이기고 싶어”라고 말하면 “너가 잘 하면 돼”라는 반박할 수 없이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번엔 진짜 잘해서 이겨야지’ 다짐하며 경기했지만, 결과는 듀스까지 갔지만 결국 아쉽게도 졌다. 경기는 지긴 했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었고, 재밌게 한 경기라 후회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 파트너가 나랑 할 때는 졌지만, 다른 사람이랑 할 때는 이겼다는 말을 들어버렸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질투가 났다. 설움이 폭발해버렸다. “왜 나랑 할 땐 지면서, 다른 사람이랑 할 땐 이기냐고” 서운함을 참지 못해 투정 부렸다. 물론 같은 팀 파트너가 평소 자신의 실력으로 친 것은 아니었다. 나랑 같이 하는 게임이라 맞춰 쳐주고 있다는 걸 알았다. 승부니까, 게임이니까, 스포츠니까, 이겨야 하는 경기니까, 승부욕이 더 앞섰다.
운동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너 배우라고 연습하라고 하는 거잖아” 그 경기는 내가 잘해서 점수 낸 게 많다고, 오히려 평소보다 칭찬을 더 많이 한 거 같다고 했다. 단순한 나는 위로의 격려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풀렸다. 지금 당장 한 두 번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아는 만큼, 배운 대로 했는지가 중요한 거다. 지금 많이 져 봐야 나중에 진짜 필요한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
운동은 아는 만큼 보이고, 하는 만큼 느는 운동이니까. 지금 눈앞에 승부에 눈이 멀어 멀리 있는 승리와 성취, 보람을 놓치지 말자. 일희일비 보다 중요한 건 내가 그동안 배운 걸 잊지 않고 잘 활용하느냐이다. 탄탄한 기본기와 안정된 실력이 중요한 건 없으니 느리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스포츠는 상대를 이기는 것만큼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