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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쾌대 May 15. 2024

스승의 날에 생각나는 아버지

오늘 일지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한자, '師'의 의미를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원래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언덕을 빙 두른 모습을 따서 만든 글자라고 한다. 그게 나중에 가르치는 사람(스승)의 주변에 제자들이 빙 둘러앉은 모습이 연상되어 이어졌다는 것이다. 원뜻으로 치환하자면 스승은 곧 언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선친께서는 틈나는 대로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라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깡촌의 빈농 집 장손으로 태어나셔서 서울로 상경하여 '고학 苦學'의 길을 걸으시고 끝내 자수성가하셨던 분이셨기에, 그 누구보다도 고립무원의 상태로 누구 하나 의지하고 기댈 곳 없는 당신의 처지가 사무치셔서 입버릇처럼 그 이야기를 되뇌시고 자식들한테만큼은 혈혈단신의 서러움을 대물림하시지 않겠노라 다짐하시고 그 뜻을 마지막까지 지키셨던 기억이 새롭다.


전쟁터와도 같은 살벌함이 뒤숭숭한 이 땅 위로 부처님 마음 같은 빗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이제는 헤진 옷가지나 이불처럼 어딘가에 처박혀 쓸모도 없는 관용구가 되어 버렸지만, 빗속에서 어쩌면 전투에서 살아남겠다고 고군분투하고 있을 아들 녀석에게 잠시나마 위로가 되는 '비빌 언덕' 같은 애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다짐하는 오후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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