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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쾌대 Jul 09. 2024

장마철에

오늘 일지

장마의 계절이다. 후텁지근하고 꿉꿉한 날씨는 밤낮이 따로 없어서 불쾌 지수를 끌어올린다. 이런 날은 입맛이 떨어져서 끼니 챙겨 먹기도 보통 일이 아닌 우리 노모가 생각난다. 별식 사 들고 찾아뵈면 이런 걸 왜 사 왔냐고 역정을 내시지만, 나무람 속에 반가움까지 숨기시지는 못한다. 우리 엄니는 갈 때마다 삭신이 쑤신다고 푸념을 빼놓지 않으신다.


노인들은 왜 장마철은 물론이고 비 오기 전 흐린 날에 여기저기 몸이 쑤시는 걸까?


과학에서는 압력 차이가 원인이라고 한다. 평상시에 우리 몸은 대기 압력과 같은 체내 압력을 형성하고 있는데 비가 오는 때는 외부의 기압이 낮아지며 인체(몸) 속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주변 조직을 압박한다는 원리이다. 의사들은 장마철에는 특별히 걷기나 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을 게을리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체내 압력을 조절해서 외부 기압과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처방일 것이다.


어디 날씨뿐이랴.


대통령을 비롯해 입법, 행정, 사법부에서 벌어지는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장마 때처럼 불쾌한 기분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고 머릿속과 가슴팍에서 지끈지끈한 압박이 느껴지는 게 작금의 대한민국의 상황이기도 하다. 몸의 건강 못지않게 정신 건강도 챙겨야 한다. 책 읽고 글 쓰는 일은 정신적으로 가벼운 운동임이 틀림없다. 쇼핑하고 넷플릭스 시청하는 일은 신체로 치자면 술과 담배와 같아서 잠시 개운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폐해가 따른다. 소모(소비)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고갈되는 지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한 마디 더하자면, 의사들은 아울러 장마철에 물을 충분히 마셔 수분을 보충하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고온다습한 상태에서 체온 유지를 위해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 보자. 나 말고 다른 이들의 상대적인 경제적 풍요를 지켜보면서, 혹시 우리 내부에서 정신적 탈수 현상이 오는 것은 아닌지, 이를테면 우리의 신경·정신계에서 부러움과 자괴감과 부끄러움과 절망감이란 기운이 밖으로 배출되며 자칫 무기력한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이럴 때는 정신적으로 수분 보충을 해줘야 할 것이다.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넘어서서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는 일 같은 거 말이다. 그런 만남의 시간에는 생기가 넘치고 활력이 흐른다.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우리 삶에 생명 에너지가 부족함 없이 흐르고 넘쳐 장마 따위에 지지 않고 지내는 날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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