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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쾌대 Jul 17. 2024

순대 이야기

오늘 일지

우리 딸아이는 저녁 식사 루틴이 있다. 화요일-일본 카레, 수요일-순대, 목요일-치킨, 금요일-두끼 떡볶이인데, 일년 내내 웬만해선 변동이 없다. 경계성 발달장애 아이의 유별난 고집스런 (혹은 강박적인) 행동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수요일, 아파트 단지 앞에 찰순대 파는 트럭이 오는 날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을 주시는데 어떤 때는 화요일부터 기다릴 만큼 맛이 기가 막히다. 다른 날의 메뉴는 딸아이가 혼자 먹지만, 수요일 순대는 나도 꼽사리를 껴서 함께 먹으며 딸아이와 누리는 소확행이다.


하지만 오늘은 딸이 없다. 엄마랑 4박5일 여행 일정으로 오늘 오후에 두바이행 비행기를 탔다. 저녁 식사 후에 무심코 습관적으로 트럭을 향해 가다가 멈칫, 멈춰섰다. 입에 침이 고이며 몸은 강력하게 순대를 원했지만, 혼자 먹다가는 목이 멜 것 같아서 그냥 돌아왔다. 루틴이 무서운 이유는, 음식만 기억 속에 각인되는 것이 아니라 식탁의 풍경도 새겨진다는 데 있다.


보고싶은 생각이 뱃속에서부터 차오른다.

젠장, 아직 하루도 안 지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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