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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기자의 그런 생각 Dec 05. 2021

난생 처음 밟아본 남미 땅(2)

에콰도르 키토에서 마주한 45미터 성모 마리아상 

마치 마취총에 맞은 듯이 쓰러졌다가 일어나고 나니 어느새 아침이 됐다. 몰골을 보니 수염은 길게 자라 있었고 머리는 떡이돼 영락없는 노숙자였다. 호텔 창문 밖을 바라보니 살짝 높아보이는 산이 눈에 들어와 내가 안데스 산맥 바로 위 남미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됐다. 


배가 고팠다. 얼른 식당으로 내려갔다. 특이한 점은 투숙객들이 직접 원하는 음식을 뜰 수 없었다는 것이다. 투숙객들은 아래 보이는 빨간선 뒤에서 호텔 직원에게 원하는 음식을 주세요라고 말을 해야 했다. 하지만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쥬스는 투숙객이 직접 뜰 수 있도록 해서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 조식 시간이 계속되자 자 사람들이 밀려 줄을 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직원은 한명이고 아침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은 여러명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스페인어를 전혀 못했기 때문에 직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This, please."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일정 도중 짬을 내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 시내 관광 투어버스를 탔다. 

11월 중순 현지 날씨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라고 했는데 2층 버스의 바닥에 앉아 엉덩이가 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뜨거웠다. 한국의 한증막 바닥이 이 정도로 뜨거웠다면 곧바로 밖으로 나왔을테지만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 참고 앉아 있었다. 적응이 되기까지 한 20분이 넘게 정말 고역이었다. '아 이게 적도의 햇볕이구나' 싶을 정도로 해가 따가웠다. 

투어 내내 눈길을 사로 잡았던 것은 바로 안데스 산맥이다. 사실 일주일이 넘는 출장 기간 동안 높고 높은 안데스 산맥은 나를 매료시켰다. 중년의 나이에 이르렀지만 살면서 어디에서도 이렇게 높은 산맥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키토의 구시가지를 지나던 중 바실리카 대성당을 지나쳤다.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크기가 웅장했다. 

    

바실리카 대성당을 지나자 직선 거리로 저 멀리 키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날개달린 성모 마리아'상이 눈에 들어왔다. 

성모 마리아상으로 향하던 도중 오른쪽에 산프란시스코 광장이 나타났다. 


버스가 좁디 좁은 스페인식 건축물을 지나 높은 고도로 올라가자 점점 성모 마리아 상은 가까워 졌다. 

수십만채의 집들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높이 올라오자 마침내 거대한 성모 마리아 상이 눈에 들어왔다. 

해발 3,016미터 고도에 45미터 높이로 세워진 동상이었다. 사탄을 발로 밟고 쇠사슬로 묶은채 키토 시내 전체 내려다 보며 키토 시민들을 수호하는 모습을 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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