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만해도 거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오늘은 종일 방 안에 있었다. 먹은거라곤 빵 반쪽과 체리 5알이 전부. 힘든지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바지를 올려달라고 하거나 다리를 침대 위로 올려달라고 하거나.. 평소에 힘들다고 느껴본 적도 없는 것들이 할머니에게는 숨이 찰 정도로 힘들다.
지난번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만 해도, 화장실을 자주 가지 않았고 통증도 없었다. 그래서 관련 서류를 안 받아 놓은 게 화근이다. 1/8 병원 예약이 되어있고 그때 서류를 받고 처방 받아 약을 먹어야하니 꼬박 일주일을 할머니가 버텨야 한다는 말..
이렇게 예측 가능한 일이 하나도 없다
나에게 한 번도 몸을 보여준 적 없는 할머니의 다리, 엉덩이, 팔, 가슴을 보게 된다. 그만큼 의지도, 기력도 없다는 거겠지. 바지 올리는 걸 도와줄 때면 그렇게 기운이 없는데도 “고마워.”라고 한마디를 꼭 한다. 그 말 할 기운에 체리라도 한 알 먹으면 좋겠다.
먹는 게 없으니 화장실 빈도는 줄었다. 자는 건지, 고통을 삼키는 건지 침대에 새우처럼 누워 미동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화장실에 갈 때 부축해주거나, 혹시 자다 그대로 멈춘 건 아닌지 들여다보는 일이다.
신이라는 게 있긴한가.
할머니는 천주교 신자이다. 할머니 집 문 앞에는 십자가가 붙어 있고, 여기저기 천주교 물품이 놓여있다. 식사 기도문이 식탁 옆에 붙어 있었고 할머니 일기장의 마무리 부분은 기도로 끝난다.
항상 고마워하며 모든 덕은 주님께, 모든 탓응 본인에게 돌렸다. 할머니처럼 성당에 꼬박꼬박 다니고 기도도 열심히 한 신자가 어디있다고. 부도 바라지 않고 유일하게 바라는 게 건강이었는데 이렇게 건강을 앗아간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신이시여.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계신다면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2025년의 기적을. 보여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할머니는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데 너무 가혹하십니다. 고통 없이 생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제가 빌고 또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