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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긍 Oct 29. 2020

우수관, 이건 또 뭔가요?

철거, 창호, 목공이 모두 관련된 베란다 확장 문제


너무 순조로운 것이 이상했다.


 거실이 좁아서 베란다를 확장하든지, 폴딩 도어를 설치하든지 해서  넓게 써야 했다. 폴딩 도어는 베란다의 쓰임새를 살리고 단열에도 좋다고 했다. 게다가 요즘 인테리어 좀 한다는 집들엔 모두들 폴딩도어 ‘하나씩’을 구비한 듯. 나도 한 번 해보자 생각하고 알아보았다. 그런데, 거실 폭이 너무 좁아서 문이 세 짝 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창이 접히다 말겠군' 마음을 접었다. 베란다 확장으로 결정하고 관리실과 근처 설비업체에 베란다의 날개벽*의 철거가 가능한지 물았다. 조적벽이기 때문에 깔끔하게 철거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전망이 가득 찬 창을 상상하면서 공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창호 사장님께서 터닝 도어 위치를 잡으려고 실측을 하시던 날 일이 터졌다. 처음 집을 보러 갔을 때, 짐이 많기도 했지만 인테리어에 대해서 감이 없었기 때문에 ‘전망 참 좋다!’ 고만 감탄했었다, 실측을 끝낸 사장님께서 우수관 위치가, 만약 확장한다면 거실로 들어오는 위치라 하셨다. 그러면서, 우수관을 베란다로 보내고 창을 좁힐 것인지, 우수관을 목공으로 싸고 창을 넓힐지 결정하라는 것이다.

 처음엔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상황을 이해한 후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결정인지 판단이 잘 안됐다. 이전의 공정처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했지만, 창호 사장님과 목공 팀장님의 의견이 갈라졌다. 창호 사장님은 우수관을 거실에 두고 목공으로 쌓으면 간단하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하셨고, 목공 팀장님은 창을 좁히더라도 우수관까지만 날개벽을 철거하고 그 위치에 맞춰서 터닝 도어를 설치하자는 의견이었다. 철거팀에 문의하니 날개벽을 중간 정도만 철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남기든지 철거하든지 해야 한다고 하셨다. 난감한 상황. 그냥 폴딩 도어를 달까 다시 고민이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난감했다.


고민을 하다가 매일매일 드나들던 ‘셀프인테리어 카페에’ 글을 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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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측하고 왔습니다. 다행히 날개벽 철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베란다 배수관이 날개벽 철거 후 실내로 들어오는 구조더라고요.

창호 쪽에서는 베란다에서 물을 안 쓰면 목공으로 틀을 짜서 막으면 된다 하십니다. 목공 쪽은 우수관을 가벽으로 쌓은 후 누수가 생기면 문제가 심하니 베란다 창을 줄이더라도 날개벽 끝에 맞춰서 터닝 도어를 하는 게 낫다 하시더라구요.

일단. 창호에서는 날개벽을 철거한 선을 기준으로 (우수관을 거실에 들인 상태에서) 치수를 재어가셨어요.

혹시 비슷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은 판단일까요?     


이사하기 전 집의 우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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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올리자 친절한 셀인 동료들의 댓글이 죽 이어졌다.

‘목공 작업을 통해 가릴 수 있겠는데요? 저는 간단히 수납이 가능하도록 수납장을 만들겠네요.’, ‘저희도 저런데 목공으로 가려준다고 하셨어요’, ‘우레탄 폼 발포 단열이면 폼으로 감싸버리면 간단하고 누수 걱정도 없어요’, ‘하, 이런 경우도 있네요. 다 철거하고 우수관을 ㄱ자로 감싸듯이 터닝 도어를 설치하면 됩니다.-’     


나는 결정하는 사람.      


 댓글에는 목공으로 감싸는 게 더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정리를 한 후, 다시 공정을 담당하시는 분들과 통화를 했다. 우수관의 ‘우’자도 모르던 내가 아닌, 제법 베란다 우수관에 대해 여러 모로 고민한 ‘나’로 변신해서 대화를 시작했다. 아무도 나에게 ‘이렇게 하라’고 단언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처음의 의견을 고수하고 계셨다. 철거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어서 빨리 결론을 지어야 했다. 결정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결정을 내렸다. 목공팀장님께 날개벽은 철거하고, 우수관을 최대한 누수가 발생하지 않게 잘 쌓아 달라고 단호하게 부탁했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진행하고 싶은 것에 대해 작업자분들이 안된다고 하거나, 어렵다고 하거나 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에는 무조건 수용하는 것보다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요구해야 한다. 작업자분들은 하자를 최소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험이 충분한,  익숙한 방법을 선호하시기 때문. 안된다는 말은 ‘내가 충분히 자신이 없다’라는 말이거나, ‘해 본 적이 없어서 낯설다’, ‘이 결과를 나는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우수관 공사의 결과는 매우 만족! 우수관을 막은 목공 부분은 눈에 거슬리지 않았고 마감이 잘 나왔다, 올여름, 긴 비에도 누수한 번 없었다.  



*베란다와 거실 사이에 있는 양쪽 벽으로 거실 발코니창의 양쪽에 있는 벽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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