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움이 주는 매력
일본에서 렌트카로 여행을 했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한결같습니다: 운전 방향이 반대편인데 괜찮나요? 네, 괜찮습니다. 오히려 기차나 버스만으로 여행했을 때보다 훨씬 더 편하고, 더 재밌고, 때로는 돈도 더 굳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와 도로의 주행 방향이 반대이고, 운전석의 위치도 반대이기 때문에 어색한 건 사실입니다. 저도 렌트카로 일본에서 운전한 지 4년~5년 정도 되니 좀 익숙해졌고, 제 친구는 제가 지적하기 전에는 반대편 차선으로 주행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꼭 어려운 건 아닙니다. 어차피 처음 일본에서 렌트카로 운전을 하게 되면 어색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운전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히려 감은 금방 익히게 됩니다. 그리고 후술하겠지만, 렌트카로 운전하게 될 지역들은 대체로 운전하기 편합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돈을 주고 살 수 없죠. 겨우겨우 낸 모처럼의 휴가인데, 보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동선을 효율적으로 구성해야 하죠.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여행 중 상당한 시간을 교통 관련해서 쓰게 됩니다. 비행기는 말할 것도 없고, 버스나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 또 이동하는 시간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 기차나 버스가 내가 원하는 곳에 딱 데려다준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유명 관광지들은 대중교통만으로도 충분히 접근할 수 있지만, 거기에서 조금만 멀리 떨어진 곳은 가기가 참 막막합니다. 비록 일본이 철도가 발달한 곳이긴 하지만, 모든 지역, 모든 동네를 커버해주지는 않고, 버스는 정보를 구하기도 힘듭니다.
이럴 때 렌트카를 하게 되면 시간도 아끼고, 몸도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스케줄을 짤 때 기차나 버스의 노선도, 시간표에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 바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버스나 철도처럼 빙빙 돌아갈 일도 없습니다.
일본의 소도시들과 오키나와, 그리고 홋카이도는 렌트카 여행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오키나와는 렌트카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여행지가 슈리 성, 만자모, 츄라우미 수족관 등 유명 관광지로 한정되기 쉽습니다. 제가 2011년에 6월의 오키나와에 놀러 갔을 때, 친구와 저 둘 다 면허가 없어서 렌트를 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북부의 츄라우미 수족관까지 버스를 타고 여행했습니다. 엄청 힘들었습니다. 비록 가고자 하던 곳은 다 가보았지만, 그 과정이 고생길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추억이지, 6월의 오키나와는 덥기도 덥고 비도 많이 옵니다. 버스가 시간표에 맞춰서 움직일 때는 시종착점일 때뿐이었고, 그렇다고 결코 싸지도 않았습니다. 나중에 정산해보니 렌트하는 것이나 버스를 타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더군요. 2년 후에 면허를 따고 갔을 때에는 훨씬 편하게, 그때보다 더 구석진 곳에 있는 좋은 곳들을 마음껏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홋카이도 역시 렌트카를 사용하면 아주 좋은 여행지 중 하나입니다. 우리 인식에는 일본의 4대 섬 중 하나일 뿐인 홋카이도는 사실 넓이가 대한민국의 80% 정도 되는 아주 큰 섬입니다. 게다가 홋카이도는 혼슈나 규슈와는 달리 철도망도 그다지 촘촘하지 않습니다. 배차 간격도 삿포로-치토세 주변을 제외하고는 드문드문 있습니다. 특히, 인생샷 찍기 좋은 곳(목장이라던가, 화산이라던가)들은 차를 타고 나가면 널려 있는 수준입니다. 그나마 도오 지방은 렌트카를 하면 더 좋은 곳들을 더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수준이지, 시레토코나 쿠시로 같은 곳들은 렌트카가 없으면 매우 불편합니다.
일본의 소도시들도 렌트카가 있다면 여행하기 좋습니다. 구마모토나 아오모리, 미야자키 같은 지방의 소도시의 경우 시내 관광은 무난하지만 조금만 멀리 가려고 하면 상당히 불편해집니다. 구마모토의 구로카와 온천은 교통이 불편한 곳에 위치해 있고, 미야자키의 에비노 고원도 기차와 버스로 찾아가기에는 많이 어렵습니다. 아오모리의 오이라세 계류나 답피 곶, 시라카미 산지 같은 곳들 역시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습니다. 이럴 때 렌트를 하게 된다면 교통편에 상관없이 원하는 경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곳들은 인구 밀도도 비교적 낮은 편이기 때문에 차량도 별로 없어서 비교적 한적하고 여유 있게 운전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현지 사람들은 자기가 급하면 알아서 추월해 가기 때문에, 좀 더 여유 있게 운전하셔도 됩니다(일본 사람들이라고 과속 안 하고 이런 건 없습니다).
한편, 렌트카 여행의 장점은 잘 발달된 대중교통 앞에서는 많이 희석됩니다. 특히, 도쿄나 나고야, 오사카 같은 대도시권을 여행할 때에는 렌트카가 거의 필요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습니다. 일본 역시 대도시권의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로, 땅값은 한국 못지않습니다. 그래서 주차장들도 매우 비쌉니다. 게다가 후술하겠지만, 일본은 주정차 위반에는 자비가 없는 나라입니다. 서울 못지않은 교통체증 역시 여행의 재미를 뚝 떨어트릴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도시권을 여행한다면, 렌트카 여행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합니다.
또한, 렌트카 대여점에서 멀리 가는 여행은 비용 문제 때문에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고속도로 톨비가 매우매우매우 비싼 곳입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유후인까지 약 120km 정도인데, 톨비는 편도 3520엔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거리라면 서울-대전 정도인데 2종 차량이 8400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렌트카는 거점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을 이동할 때에 유리하지, 멀리 간다면 비용이 많이 드는 수단입니다(사실 일본이란 나라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만일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싶다면, 해당 지역에서 발행되는 외국인용 고속도로 패스를 찾아보시기를 추천합니다(후술합니다).
이건 운전의 기본입니다만, 운전에 자신이 없다면, 또는 실력이 없다면 절대로 렌트카 여행을 해선 안 됩니다. 제가 오키나와 여행을 위해 면허를 취득하고 2주 뒤에 일본에서 운전을 했는데, 2주밖에 안 되어서인지 아직 운전이 미숙할 때였습니다. 신호가 복잡해서 자칫하다가 역주행을 할 뻔했고, 그렇게 당황한 상태에서 차선 변경을 하다가 옆 차선의 차를 들이받을 뻔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아찔한 경험이고, 아직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정 운전을 하고 싶거든, 숙련자가 동승한 채로 운전을 해야 합니다. 숙련자는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돌발상황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고, 여차하면 초보자 대신 운전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대인, 대물보험은 기본으로 들게 되어 있습니다. 기본 보험과는 별개로 일본에서 렌트카 회사는 고객에게 NOC(Non-Operational Charge) 보험을 들 것인지를 예약할 때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미 보험에 다 들었다고 생각해서 이 보험은 안 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 보험도 가능하다면 선택하는 편이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휴차보상금이라는 이름으로 징수되는 금액인데요, 사고가 나면 렌트카 업체는 차를 고침으로써 발생하는 영업 손실금을 운전자에게 전가합니다. NOC 보험은 이 비용을 면제해주는 보험인데요, 보통 1일 단위로 판매합니다. 저는 이 보험 덕분에 큰돈을 아꼈던 경험이 있어서, 렌트카 여행을 할 때에는 항상 NOC 보험을 듭니다.
문제는 NOC 보험은 렌트카 상품에 따라서는 아예 선택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되도록이면 NOC 보험을 비롯한 각종 보험이 빵빵하게 지원되는 렌트카 상품을 선택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운전면허를 갓 딴 대학생들이라면 더더욱이요. 몇 푼 아끼려다 인생 종 치나 싶을 정도의 큰 비용을 덤터기 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일본에서 운전할 때 제일 어색했던 건 좌우 반대의 주행 방향이 아니라, 바로 신호 체계였습니다. 빨간불 노란불 초록불까지는 똑같은데, 움직여야 할 타이밍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빨간불일 때에도 비보호 우회전은 허용됩니다. 하지만 일본은 무조건 신호를 받고 움직여야 합니다. 즉, 좌회전도 초록불, 우회전도 초록불입니다.
특이한 것은 우회전입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비보호 우회전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때에는 1차선 쪽으로 차를 댄 다음에, 반대편 차선의 차들이 모두 직진한 이후 적당히 눈치 봐서 하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차선 반대편에 있는 주유소나 마트도 많이들 들어갑니다. 불법이 아니거든요.
절대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게 바로 주정차 위반과 과속입니다. 둘 다 벌금이 어마어마합니다. 주차 위반은 벌금이 10,000엔부터 시작하며, 차종에 따라, 위반 장소에 따라, 시간에 따라 벌금이 상이합니다. 운전자 본인이 벌금을 경찰서에 직접 납부하지 않으면 렌트카 업체가 처리하게 되며, 이때에는 보통 렌트카 업체가 운전자에게 25,000엔 정도를 청구합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렌트를 하시면 주차장을 잘 알아보셔야 합니다. 일본에는 코인 주차장이 많은데, 가격이 천차만별이니 잘 알아보시는 게 여러모로 좋습니다. 식당이나 쇼핑센터, 편의점의 주차장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곳의 주차장은 해당 시설을 이용했다면 사용하는 데에 별다른 제약은 없습니다. 하지만 시설을 이용하지도 않고 주차만 하는 얌체짓은 안 걸리기를 기도하셔야 합니다. 직원들이 가끔씩 나와서 어떤 차들이 있나 체크하더라고요. 그나마 홋카이도는 땅이 넓어서인지 교외로 나가면 주차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었습니다.
과속 역시 벌금이 어마어마합니다. 어디에서 얼마나 과속했느냐에 따라 벌금이 달라지는데, 최소 9,000엔부터 시작합니다(우리나라는 일반구역은 3만 원부터, 보호구역은 6만 원부터). 일본의 내비게이션이 한국처럼 카메라의 위치를 알려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시면 안 됩니다. 단속 카메라는 오비스(オービス)라고 부르는데, 단속 카메라의 위치를 공유하는 앱을 설치하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물론 과속을 안 하는 게 0번째입니다). 다행히 단속 카메라는 단속 기준에서 조금 넘은 것 정도는 잡아내지 않습니다(고속도로에서는 아무 말이 없으면 시속 100km부터 단속 대상입니다).
추월차선으로 계속 달리는 것 역시 단속 대상입니다. 즉, 평소에는 주행 차선으로 달리고, 필요할 때에만 추월차선을 이용해야 합니다.
당연히 우리는 일본에서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위 3개는 필수입니다. 그런데 한국 운전면허증은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게, 렌트카 영업소마다 체크하는 서류가 조금씩 다르더군요. 어떤 곳은 3개 다 체크하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국제운전면허증과 한국 운전면허증만 체크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곳은 국제운전면허증과 신분증 아무거나만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영업소가 걸릴지 모르니 3개 다 준비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타비라이(http://www.tabirai.net/)나 자란넷(https://www.jalan.net/rentacar/)에서 렌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타비라이는 일본어판 사이트에서 렌트하는 편이 조금 더 쌉니다(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는다면 일본어를 못 읽으셔도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일본의 고속도로 톨비는 매우 비쌉니다. 그나마 우리는 일본에서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외국인용 고속도로 패스를 이용하면 비교적 저렴하게 렌트카로 고속도로를 운전할 수 있습니다. 단, 차량 렌트 시 반드시 ETC(일본의 하이패스) 카드가 장착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하의 내용은 이 사이트(http://www.go-etc.jp/english/expressway/index.html)에서 참고하였습니다.
규슈 지방(후쿠오카, 오이타, 구마모토 등)의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정액권입니다. NEXCO 서일본(일본의 도로공사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거의 모든 고속도로를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후쿠오카 시내의 고속도로는 민자로 운영되고 있어서 해당이 안 됩니다(이건 다른 고속도로 패스들도 비슷합니다. 대체로 대도시권 시내 고속도로는 패스 적용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또, KEP가 적용되는 곳으로만 들어가서, 적용되는 곳으로 나와야만 요금 할인이 적용됩니다.
도호쿠 지방(아오모리, 아키타, 이와테 등)의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정액권입니다. NEXCO 동일본(일본은 도로공사가 권역별로 쪼개져 있습니다)에서 운영하는 고속도로들 중 일부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KEP와는 달리, 적용되지 않는 구간으로 들어갔다고 해서 전체 구간이 통째로 날아가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단, 렌트카를 끌고 홋카이도로 가서 차를 몰아도 TEP로는 혜택을 볼 수 없습니다.
홋카이도 지방(삿포로, 아사히카와, 오비히로 등)의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정액권입니다. 이 패스로는 홋카이도의 고속도로만 이용할 수 있고, 또 홋카이도의 모든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넓은 홋카이도의 특성상 HEP를 이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습니다.
추부 지방(나고야 일대)의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정액권입니다. 기본 옵션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고속도로 외에, 옵션을 추가하면 나고야 고속도로(NEP, Nagoya Expressway Pass)나 추부 센트레아 공항과 나고야를 잇는 아이치 현의 다른 고속도로들(AIP, Aichi Toll Road Pass)까지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적용 구간 밖에서 들어와서 밖으로 나가는 경우에는 할인이 적용되지 않지만, 적용 구간 밖에서 들어와서 적용 구간 안으로 나가는 것이나, 그 반대는 적용구간 내에서 달린 만큼 할인된다고 합니다.
산인, 세토우치, 시코쿠 지방을 여행할 때 유용한 패스입니다. 단, 혼슈에서 시코쿠로 이어지는 3개의 다리들을 이용할 때에는 별도 요금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아마 다리를 짓는 데에 들었던 비용이 많이 높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홋카이도를 제외한 일본의 모든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패스입니다. 그래서인지 7일권의 가격도 20,000엔으로 상당합니다. 역시나 일부 고속도로들(수도고속도로, 한신고속도로 등)은 커버되지 않습니다.
일본의 과속 벌금
http://xn--zck6a6a2l272op51e.jp/itiran/
https://www.police.pref.saitama.lg.jp/f0120/menkyo/tensu-hyou-itiran-2.html
일본의 주차위반 벌금
https://xn--korr26c34jzwuryb75y.com/050.html
한국의 주차위반 벌금
https://www.koroad.or.kr/kp_web/trafficWeakPersonSafeZone6.do
Tabirai
일본의 고속도로 패스
http://www.go-etc.jp/english/expressway/index.html
한국의 고속도로 요금 계산
일본의 도로 교통 규칙
https://www.welcomekyushu.or.kr/kyushu-road-trip/usefuls/traff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