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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hyun Park Nov 03. 2018

미야자키 여행 2 - 에비노 고원

화산은 살아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에비노 고원에는 일부 통행금지가 걸려 있었습니다. 2018년 10월 현재 에비노 고원(えびの高原)에 자리한 이오 산(硫黄山)의 분화로 인해 미야자키 현 고바야시(小林)IC~이코마 고원(生駒高原)~에비노 고원으로 이어지는 길은 통행금지였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에비노IC로 알려준 길은 사실 제대로 알려준 것이었습니다.


화산은 살아있다

에비노 고원에 도착하면 하얗고 노란 언덕이 사람들을 반겨줍니다. 그 언덕이 이오 산으로, 한때는 이름 그대로 유황을 캐던 곳이기도 했다 합니다. 지금은 물론 화산 분화 때문에 주변 1km에 통행금지가 걸려 있습니다.

에비노 고원은 화산 분화로 인한 가스 때문에 들판의 억새들이 새우가 익은 것 마냥 빨갛게 변했다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지금의 들판은 새우 익은 빨간색이 전혀 아니지만, 에비노 고원에서 고고히 뿜어져 나오는 두 봉의 증기들은 화산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줍니다.

맨 앞의 작은 연기는 미래의 천연온천이 될 수증기 분출구이고, 뒤의 큰 연기는 이오 산 분화구입니다. 그 뒤의 큰 산은 가라쿠니다케입니다.


나에게는 너무나 힘든 트래킹

에비노 고원은 미야자키 현과 가고시마 현의 경계에 자리한 곳으로, 기리시마 연산(霧島連山)의 일부입니다. 또한 기리시마-긴코완 국립공원(霧島錦江湾国立公園)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비교적 '가벼운' 트래킹 코스로는 에비노 고원 에코 뮤지엄 뒤쪽에 있는 3개의 호수를 둘러보는 코스가 있고, 이오 산을 둘러보는 코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 더 힘을 낸다면, 근처의 가라쿠니다케(韓国岳, 네 맞습니다 그 한국. 한국이 보인다 하여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기는 한데, 이 정도의 높이로는 한국은 절대로 안 보입니다)도 등산하시는 분들이 있는 듯합니다만, 2018년 10월 현재는 이오 산 화산 분화로 인해 에비노 고원 출발 루트는 금지당했습니다.

기리시마 지오파크에 위치한 에비노 고원 에코 뮤지엄도 시설은 작지만 나름 내용이 알차게 되어 있습니다.
기념품 가게 옆에는 족욕탕도 있습니다. 물 온도는 그다지 뜨겁지는 않더군요.
흙탕물이 아닙니다. 이오 산의 분화로 인해 하천이 뽀얗게 변한 거라고 합니다.

저는 등산을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왕복 1시간 반 정도 걸린다는 호수 둘러보기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처음에는 분명히 1시간 반 정도만 걸릴 거라더니. 완전히 속은 기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역시 암환자에게 등산은 무리인가 봅니다.

걸어도 걸어도 호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체 얼마나 더 걸어야 하나 싶었을 때 포기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경사는 왜 이리도 급한지, 평소에 운동 좀 할걸 하고 엄청 후회했습니다. 아직 서른도 안 되었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간 게 너무 아까워서 호수만이라도 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걸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첫 번째 호수가 나왔습니다.


호수보다 낮은 곳에 있는 기분이란

벽 아래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이 호수는 뱌쿠시이케(白紫池)입니다. 그런데, 콘크리트 벽이 호수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내가 물보다 낮은 곳에 있다니! 물론 그런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사람이 물보다 낮은 곳에 있다는 건 여전히 신기했습니다. 한때는 스케이트장으로 썼다고 합니다만, 요즘은 스케이트를 못 탄다고 합니다.


병풍 속의 호수

마저 발걸음을 바삐 하여 롯칸논미이케(六観音御池)로 향했습니다. 이 곳에서 수행 중이던 스님이 6명의 관음상을 깎아 모셨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이 호수는, 뱌쿠시이케와 마찬가지로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화구에 물이 들어차 생긴 호수입니다. 호수의 산성도가 높고, 수심이 깊어 푸른빛의 맑은 호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갔을 때는 오후 5시가 넘어갈 무렵이라 어둑어둑해질 때였습니다. 그래서 호수가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언덕(사실은 화구)이 호수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법 규모가 있는 호수입니다.

날이 어두워지려고 해서 기대했던 코발트색의 호수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야트막한 산이 호수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싼 게 참 시원해보입니다.

3개의 호수 순례길이라지만 안타깝게도 후도이케(不動池)는 2018년 10월 현재 접근금지입니다.


고원의 주인들

화산이 만든 고원에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당연히 야생동물도 있습니다. 저는 트래킹 중에 일본사슴 한 마리를 보았는데, 다행히도 사진 찍을 때 포즈를 잘 잡아주었고, 얼추 다 찍었다 생각하니 바로 자기 갈 길 가는 게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안 찍어도 되었던 게, 조금 더 올라가니 사슴 가족이 다 같이 모여있더군요.


에비노고원장

숙소는 에비노 고원 에코 뮤지엄 바로 옆에 있는 에비노고원장(えびの高原荘)으로 잡았습니다. 이 곳은 미야자키 현이 운영하는 국민숙사입니다. 저녁식사와 아침식사, 그리고 온천 이용권을 제공하며, 1인 투숙객도 받아줍니다. 저녁식사로는 간략화된 가이세키 요리가 제공됩니다. 개인이 직접 구워 먹는 미야자키규가 메인 디쉬로 보입니다.

가이세키 요리를 개인이 알아서 먹도록 서빙됩니다.

온천탕은 대욕탕과 노천탕이 같이 붙어있었고, 그 외에 가족들이 사용할 수 있는 대절 욕탕도 있었습니다. 온천수는 원천 온도 43도로 높은 편입니다만, 생각보다는 뜨겁지 않습니다. 약간 미지근한 물에 들어갔다가 노천탕으로 옮겨 들어간 후, 다시 뜨거운 탕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몸이 물의 온도에 적응해서인지 그렇게 뜨겁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아침의 노천탕도 매우 상쾌했습니다.

온천수의 성분은 칼슘/마그네슘/나트륨이 함유된 황산염/탄산수소염천입니다. 물에 철분이 약간 들어있어 미세하게 쇠가 녹슨 냄새가 나며, 욕탕도 그 때문인지 약간 붉게 착색되어 있습니다. 온천수는 가케나가시(掛け流し) 방식으로 공급됩니다.

노천탕도 있습니다만, 바깥 경치를 보기에는 다소 불편합니다. 노천탕의 벽이 상당히 높아서 하늘이라면 모를까, 가라쿠니다케 같은 멋진 경치를 바라보며 온천을 즐기는 건 다소 어렵습니다. 하지만 물은 여전히 맑고 따뜻하니, 트래킹으로 쌓인 피로를 물 맑은 노천탕에서 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찾아가기

미야자키 자동차도에서 에비노IC로 나온 후 현도 30번을 타고 에비노고원까지 올라갑니다.
(2018년 10월 현재 이오 산의 화산 분화로 인해 고바야시IC에서의 접근은 금지되었습니다)


참고 사이트

에비노고원장

http://www.ebinokogenso.com/

에비노 고원

https://www.japan-guide.com/e/e4627.html

롯칸논미이케

https://ja.wikipedia.org/wiki/%E5%85%AD%E8%A6%B3%E9%9F%B3%E5%BE%A1%E6%B1%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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