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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hyun Park Jul 09. 2019

야마나시 여행1 - 후지산

야마나카 호(山中湖)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대칭성

그래도 후지산은 봐야지

2009년에 가본 도쿄를 시작으로 10년 동안 여권에 수십 번의 일본 상륙 허가를 받았지만, 일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의 대표 주자인 후지산은 정작 한 번도 가보지 못했었습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남은 연차도 소진할 겸 친구와 함께 후지산 하나는 확실하게 보고 오자며 그 비싸다는 김포-하네다(a.k.a. 김네다) 항공권을 끊었습니다.


후지산은 후지-하코네-이즈 국립공원(富士-箱根-伊豆国立公園, Fuji-Hakone-Izu National Park)에서도 '후지'를 담당하는 아주 큰 산입니다(사실 지질학적으로는 나머지 둘도 책임지고 있다고 합니다). 네임드인만큼 높기도 높아서 연중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눈이 쌓여 있습니다. 이런 엄청난 덩치 덕분에 날씨 좋은 날이면 도쿄에서도 보일 정도입니다. 후지산 정상에서 도쿄도 신주쿠에 있는 도쿄도청까지 직선거리로 100km가 조금 안 된다고 하니 엄청 큰 거죠!

이렇게 큰 산이다보니 도쿄에서 후지산을 코앞에서 보러 가기는 상당히 귀찮은 게 사실입니다. 버스를 타자니 일본어를 모르면 어렵고, 기차를 타자니 더럽게 복잡하고... 그래서 대체로는 그나마 교통편도 편하고 온천도 있는 하코네나 슬램덩크 덕질하기 좋은 카마쿠라(鎌倉, Kamakura)-에노시마(江ノ島, Enoshima)에서 후지산을 겸사겸사 보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도쿄에 있는 높은 건물에서 보는 방법도 있겠죠. 문제는 이 방법들은 전부 다 날씨가 좋아야만 성공적이라, 후지산을 바로 보고 싶었던 저의 니즈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날씨라는 리스크를 지기 싫었던 저는 귀찮더라도 후지산 코앞까지 가는 길을 택했고, 만족스러웠습니다.


후지산 주변에는 5개의 호수가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이 호수들을 일컬어 '후지5호(富士五胡, Fuji go-ko, Fuji Five Lakes)'라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카와구치 호(河口湖, Kawaguchi-ko)입니다. 놀이공원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들어보셨을 후지큐 하이랜드(富士急ハイランド, Fuji-Q Highland)가 있는 그 호수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놀이공원에는 그닥 관심도 없었고, 주변 숙박비도 다른 호수 주변보다 비싸길래 그냥 야마나카 호(山中湖, Yamanaka-ko) 근처에 에어비앤비로 숙박을 잡아버렸습니다.


쉽지 않다 열차타기

야마나카 호까지 가기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길막히는 게 싫어서 전철을 탔는데, 그게 더럽게 복잡했거든요. 여정은 하네다 공항 국제선 터미널역(羽田空港国際線ターミナル駅, Haneda Airport International Terminal Station)-신주쿠역(新宿駅, Shinjuku-eki)-오오츠키역(大月駅, Otsuki-eki)-후지산역(富士山駅, Fujisan-eki) 이었고, 후지산역에서 렌트카를 수령하는 것으로 교통편의 환승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하네다 공항에서 신주쿠역으로 이동하는 건 구글 지도를 이용하면 최적의 환승편을 알 수 있습니다...만 구글 지도가 꼭 '친절한' 길을 알려주는 건 아닙니다. 하네다 공항 출발의 경우 둘 중 하나의 교통편을 선택할 수 있는데, 하나는 케이큐 공항선(京急 空港線, Keikyu-kuko-sen)을 이용하여 하네다 공항 국제선 터미널역에서 시나가와역(品川駅, Shinagawa-eki)까지 이동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도쿄 모노레일(東京モノレール, Tokyo Monore-ru)을 이용하여 하마마츠쵸역(浜松町駅, Hamamatsucho-eki)까지 이동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귀하신 분들은 빨리 가는 걸 선택하면 되고, 교통비 절약이 중요하신 분들은 요금이 저렴한 쪽을 택하면 됩니다. 제 경험으로 체력 약하신 분들이 절대 피해야 할 루트는 하마마츠쵸역에서 토에이 오오에도선(都営 大江戸線, Toei Oedo-sen)으로 갈아타서 신주쿠역까지 가라고 하는 녀석입니다. '두 역은 붙어있지는 않지만 나름 가까우니 그냥 걸어가서 환승하렴' 이라는 뜻인 것 같은데, 헷갈리기도 쉽거니와, 무거운 트렁크를 끌고 3층에서 지하 2층 이하로 내려가니 정말 힘들더군요. 시간에 쫓기다보면 엘레베이터도 눈에 안 들어오는 법. 내려가는 건 그나마 중력이 도와주지, 올라가는 건 진짜 힘듭니다. 시간에 쫓기다보면 엘레베이터도 눈에 안 들어오는 법. 체력이 부족하신 분들은 야마노테선(山手線, Yamanote-sen)으로 환승해서 신주쿠역까지 가는 편이 시간은 조금 더 걸릴 수 있지만 편하기는 훨씬 편할 것 같습니다.

신주쿠역에 도착했다면 야마노테선에서 츄오 본선(中央本線, Chuo-honsen)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츄오 본선 플랫폼에 가셨다면 열차에 타면 되는데, 구글 지도가 알려주는 플랫폼의 열차를 타는 게 제일 좋습니다. 구글 지도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일단은 서쪽으로 가는 열차를 타면 되긴 하는데, 외지인 입장에선 그게 뭔지 알기 쉽지 않기도 하거니와, 서쪽으로 간다 하더라도 그게 오오츠키 역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타카오역(高尾駅, Takao-eki)까지 가는 열차라면 타도 되긴 하는데, 타카오역에서 오오츠키역으로 가는 열차로 환승해야 합니다. 만약 특급 열차를 탄다면 편하고 빠르게 갈 수 있습니다. 신주쿠 역에 도착한 후 미도리노 마도구치(みどりの窓口, Midori-no-madoguchi, 역무원이 있는 매표소입니다)에서 특급 열차권을 구매하거나,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습니다(인터넷 예약 시 탑승 3일 전에 표를 수령하라고 하던데, 왜 그러는지는 전혀 이해가 안 됩니다). 저희는 그러기는 귀찮아서 돌아오는 열차편만 인터넷으로 예매했고, 오오츠키역까지 가는 건 구글 지도에서 알려주는 열차편을 타고 갔습니다.

만약 지하철을 탔다면 신주쿠역에서 상당히 곤혹스러워질 수 있는데, 출구만 200개가 넘는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신주쿠역은 복잡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야마노테선을 타고 도착하셨다면 그냥 계단 내려가서 츄오 본선 이라고 쓰여져 있는 플랫폼에 가면 되는데, 지하철이나 사철을 타고 오셨다면 JR역에 찾아가는 것부터가 고역일 수 있습니다. 

오오츠키역에 도착했다면, 이제 내려서 열차를 갈아타야 합니다. 후지산까지 가는 열차는 다른 회사에서 철도 깔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오츠키역에서 후지급행선(富士急行線, Fuji-kyuko-sen)으로 갈아타고 후지산역까지 이동합니다.


그래도 오길 잘했어

후지산역 앞에 있는 렌트카 회사 영업소에서 차를 찾고, 근처 햄버거 집에서 맛있게 배를 때운 후에,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던 게스트하우스에 갑니다. 영어를 꽤 잘 하시는 호스트분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하고 나서 잠들고 일어나보니, 전 세계에서 후지산 하나 보러 온 온갖 국적의 여행객들이 아침 먹으러 나와 있습니다. 연령대가 최대 30대를 넘기지 않는 것으로 보아 역시 겨울에 후지산 하나 보러 이렇게 가까이 올 수 있는 건 체력이 아직 있기 때문이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렇게 무리해서 여행할 몸이 아니었습니다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촬영 장소: 야마나시 현 나가이케 신스이 공원(長池親水公園, Nagaike-shinsui-koen), 야마나카 호 북단에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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