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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은영 Jul 18. 2024

[글 쓰기 항해일지] 나중에 너에게 건넬 이야기

'선택'에 대한 생각 

엄마는 근래 ‘선택’에 대한 생각이 많아. 


과거의 선택이 달랐다면 어땠을까? 


선택을 후회한다는 것은 아니고 그 선택을 일구었던 근거를 무엇으로 삼아야 했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무엇을 추가적으로 더 고려해서 결정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어. 


사람은 누구나 중히 여기는 구석이 다 다른데 말이야, 엄마의 경우에는 소위 말하는 guts (달리 표현하면, 고유의 '쪼', 일본어로 표현하면 '곤조'와 비슷한 것)가 이끄는 대로 사는 것이 가치롭다고 여겼던 것 같아. 고등학교 때까지 비록 공부를 주로 하며 살긴 해서 단순한 삶이었지만 - 어찌 그리 세상을 둘러보지도 않고 반항없이 순응하며 그 하나에 집중할 수 있었는지 변화된 현재의 엄마를 생각하면 참 신기한 일이야 - , 그 와중에도 고집 비슷한 것이 늘 작동했거든. 유난 떨면서 이런저런 학원 다니는 것, 또는 출제경향이 높은 무언가를 파악에서 공략한다든지 하는 요령을 취하는 것이 싫었어.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책을 열심히 파고, 다니는 학원 성실히 다니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관건은 나 자신이 공부 내용을 얼마나 깊게 숙지하느냐라고 믿었지. 대학에 들어오고 일정 기간 내에 공부해 내야 할 양이 방대해지니 기존 엄마의 공부방식이 통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말이야, 대학 가서도 다들 족보 구한다고 난리였어도 그 족보의 힘을 빌어서 시험을 잘 보는 건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A부터 Z까지 책에서 공부하는 걸 고집했지. 노는 시간을 줄이고 공부에 시간을 충분히 투자했자면 이런 공부 방식으로도 효과를 좀 봤을 터인데 공부 시간을 너무 줄여서 성적이 안 좋긴 했다 (하하) 


이후 대학원 진학부터 직장 선택에 이르기까지, 저 마음 아래 흐르는 나만의 의미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어. 자본주의 시스템의 작동 원리, 그 시스템 안에서 내가 어디에 위치하고 어떻게 하여 무엇을 얻고 어떻게 인생을 구체적으로 설계할지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지. 그것보다는 사회적인 활동을 통해 이 사회와 내가 어떻게 연결될지, 어떤 가치를 실현할지, 내가 무엇을 하는, 어떤 활약을 하는 사람이 될지 등 가치지향적인 기준을 가졌던 것 같아. 지금 이 순간 온전한 내가 쏟아부어질 수 있는 밀착감 있는 일감이면 충분했던 것 같아. 그런 사고방식 때문에 사실 근거가 명료하기 어려웠어. 왜냐하면 내 안의 목소리에만 너무 귀를 기울이니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했고, 대략 합리화를 하여 결론 낸 경향이 없지 않았거든. 하지만 여전히 늘 자신을 믿고 고집스럽게 나만의 가치관을 고집해 왔어.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 활동을 하기 시작한 지 어언 20년이 지난 지금 엄마 또래의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고 어떤 작동원리가 있는지 다 학습할 수는 없지만, ‘나다움’이라는 것을 중심에 둔 채 최대한 넓게 살펴볼 필요는 있었겠다 싶은 거야. 나의 가치관에 맞으면서도 세상 원리를 활용하면서, 즉 자본주의의 재미인 경제적 수익을 거둘 곳을 두루두루 살펴서 선택했더라면 조금 더 재미있는 삶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거야. 물론 엄마의 인생도 아직 길게 남았기 때문에 너와 함께 같이 이런 노력을 시작해보려고 해. 누구나 하는 대로 따라가라는 것이 아니라,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이 이 사회에 더욱 영향력 있으려면, 또는 그 가치를 내가 최대한 즐길 수 있으려면 무엇을 알고 어디에 처해야 하는지 더 알아보자는 거지. 그랬을 때 우리는 좀 더 다채로운 또는 즐거운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더 가질 수 있겠고 말이야. 그럴 때 우리는 재미있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게 되는데, 그 상황 안에는 사람도 있고, 배움의 기회도 있고, 돈 벌 기회도 있고, 돈을 쓸 수 있는 기회도 있지. 


우리 같이 한판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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