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 몸 편히 누일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음에 큰 감사함이 밀려오는 때가 가끔 있다. 그저 뜬금없이 그런 순간이 우주에서부터 꽂혀 들어오는 듯하다.
이사를 딱 한 달 전에 하였다. 새집 인테리어를 하는 과정, 그리고 그 결과물에서 하자가 많이 발견되어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을 뺐다. 그러니 자연 새집에 대해 편안한 마주함이 없었다. 정도 잘 가지 않았고, 예전 집과 비교하게 되기도 했다. 가뜩이나 좀 좁아지고 수납공간도 현저히 줄어들어 스트레스였는데 말이다.
한 달여 지나면서,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고, 가능한 편한 쪽으로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슬슬 내 보금자리라는 정서적인 교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앉아있는 새로 구입한 책상도 고맙고, 인테리어 계획할 때 싱크대를 조금 더 연장했던 결정도 '잘했다, 잘했다' 다시금 생각할 여유도 생겼다.
지난한 원인 규명의 과정 끝에, 그 과정 끝에 나는 괴롭게 했던 인테리어 업체와의 불통의 시간 후에, 황당하게도 내려가지 않던 변기물은 이제 내려간다. 결국 '편심'이라는 부품의 잘못된 시공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물이 차오르거나 내려가더라도 꼴롤롤롤 간신히 내려갔던 것이었다. 변기 하나 제대로 내려가는 것도 이리 행복이다.
비싼 돈을 치른 인테리어에 여기저기 하자가 있으니 찝찝한 마음 좀처럼 지워지지 않지만, 결국은 적응하고 결국은 정 붙이고 살게 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해결하고 보상받을 것은 받되 어느 정도 정리되면 이제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
이번 집에서는 청소를 좀 더 열심히 해서 집과 더 밀착되고 집에 더 정을 붙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