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슬프게도, 낯선 사람에 대해 '경계'의 자세를 기본으로 깔고 살고 있다. 원래 걱정과 염려, 그리고 겁이 많았던 나이기도 하고, 살면서 이런저런 사람들, 특히 내 생각과 참 다른 사람들, 뉴스에 등장하는, 또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박 터지게 싸우는 미친 사람들을 겪다 보니 쉽게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고, 굳이 애쓰지 않고, 그저 두다가, 운명이 맺어주거나, 곰곰이 생각하여 선택한 사람들에 한해 힘을 쏟는다.
그래서 더욱, 나와 비슷한 점을 가진 사람이 반갑다. 예를 들어, 애 엄마들 모여 있는 곳에는 피곤해서 다가가지 않는다, 엮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냐, 뭘 그렇게 따지냐, 그러려니.. 하자 하는 사람들이 좀 반갑다. 나 같은 사람 세상에 또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는 것이다. 곧 그 사람이 나 같지 않은 사람으로 바뀌게 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징글징글하다. 뭘 어떻게 해줘도 지랄이다. 사람처럼 불완전하고 불안한 존재가 또 있나. 객관적인 근거 운운해도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사람이다. 그런데 말이다. 가장 징글징글한 건 또 나 자신이란 생각도 든다. '불안감'의 실체가 무어냐 했을 때 외부에서 주어지는, 딱히 규명되는 무언가가 없음에도 불안해하고 경계한다. 결국 그때의 내 상태를 보면 내가 흔들리고 무너질 때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닫는다. 결국 내가 인식하는 내용이 나의 상태에 따라 왜곡되고 증폭된다. 축소되기도 하지 물론. 불확실한 변수들이 마구 개입됨으로써 결국 내가 인식하는 세계는 아주 혼란스럽고 지저분해지더란 말이다.
그래서 아주 모든 것이 징글징글해 보이곤 한다. 타인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를 염려하고, 그러다 보면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 마디를 검열하게 되고, 내뱉은 말 어느 하나도 괜찮게 들리지 않는 때가 있다. 어쩌면 참 예민하고 온몸이 촉수 같은 나는 누구보다 징글징글한 사람들을 품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 모든 불확실함과 무질서함 하나하나에 천착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뒤로할 수 있는 큰 에너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정말 나는 징글징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