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 김한길과 아내의 목표
신혼 첫날밤은 예나 지금이나 궁금하다. 옛 사람들은 신방 문 창호지에 침바른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고 신방 안을 훔쳐보기도 했다. 이제 첫날 밤의 설레임을 많이 사라진 것일까? 이미 연애 기간 동안에 서로 단물 다 빨아먹은 사이여서 그런지도 모른다. 연애기간 중에 합방은 이미 이루어졌고 더이상 첫날밤은 첫날밤이 아닌 게 되어버린 것일까?
첫날 밤 거사를 치루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게 뭘까?
무엇보다도 의미깊은 이 날에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좋을까?
연애기간 내내 두 사람이 수많은 대화를 했겠지만 첫날 밤에는 첫 날밤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었으면 한다.
인생 60의 시간표를 대충 정하는 일이다. 아니, 50 넘어 뭘 할 것인가를 결정해 두면 어떨까?
살다보면 부부싸움도 할 것이고 이런 저런 일로 속상해서 이혼하고 싶을 때도 올 것이다.
그럴 때 우리들의 먼 미래에 해야 할 공동의 목표가 있다면 속절없이 헤어지는 일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배가 나아갈 때 정처없이 헤매는 것과 목표의 등대를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아무래도 삶의 목표가 뚜렷하면 고달픈 날에도 이상을 바라보며 희망을 갖고 참을 수 있다.
첫날 밤의 진짜 거사는 50이후 은퇴하면 뭘 할 것인가를 정해두는 것이다.
"우리 50넘어 은퇴하면 아프리카에 가서 사람들을 돕자."'
"우리 50넘어 은퇴하면 시골에 가서 다문화가족들을 도우며 살자. "
"우리 50넘어 은퇴하면 미혼모 돕기를 하며 여생을 보내자."
이렇게 사회적 소명을 미리 정해두면 이혼률이 훨씬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
이 다음에 우리가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지그 잠시 힘들어도 그 꿈의 등대를 향해 한발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목적을 향해 나아갈 때 잠시 흔들릴 수 있어도 배는 결국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이 약속은 삶의 여러 파도가 오가더라도 이 부부의 결혼생활에 무의식적 울타리가 되어준다.
인생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는 사람은 그저 남들 따라가기 바쁜 인생을 살아가기 쉽다.
작가이자 정치인인 김한길은 젊은 시절 이어령 씨의 딸 김민아와 결혼했고 두 사람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집을 짓고 사는 걸 목표로 했다. 두 사람은 각자 열심히 일했고 금방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1년 후 그들은 이혼했다. 더이상 공동의 꿈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한길씨는 이후 배우 최명길 씨와 결혼했고 김민아는 암으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