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흑발

2019년 1월 24일

by 제인

이제 염색은 그만 하겠습니다.

나에게로의 선언.


줄곧 밝은 머리로 염색했었다. 특히 여름이 되면 항상 밝은 색으로 살았다. 왜냐면 여름이니까. 그러다 보니 계속 뿌리 염색을 하게 되었다. 원래는 반곱슬의 모질을 가졌던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나온 시술인 매직을 하면서부터 생머리가 되었다. 많은 헤어디자이너분들이 신기해하는 내 모발. 분명 모발이 엄청 가늘고 볼륨도 없는 데다 생머리라서 펌이 잘 안 나올 거라고 예상되지만 머리를 해놓으면 펌이 굉장히 잘 먹는 머리다. 참 신기한 모발의 세계. 어쩌면 옛날의 반곱슬이 모발 어딘가에 남아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논리적으로 그게 가능한가?. 아무튼 염색을 하면 이색이 나는 데에도 이젠 지쳤기에 내 원래 모발색으로 바꾸고 앞으로는 색을 넣지 않기로 결심했다. 머리칼도 좀 쉬어줄 필요가 있다. 어두운 머리의 내가 너무 낯설다. 확실히 이목구비가 뚜렷해 보이는 장점이 있다. 흑발의 단점은 민낯일 때, 굉장히 촌스러워 보인다는 것. 물론 이건 얼굴이 나라서 그렇기도 하다. 밝은 머리에는 생얼이어도 밝아 보이는데 왜인지 흑발은 적어도 입술에는 색이 포인트가 되어줘야 한다. 그래야 초라하지 않다. 하루빨리 이런 내 얼굴에 익숙해지고 싶다.


평일 낮에 오는 미용실은 tmi 잔치다. 정말 듣고 싶지 않은, 관심도 없는 이야기들을 어쩔 수 없이 들어야만 한다. 아주머니들의 데시벨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 기준을 가졌나 보다. 분명 소리의 볼륨은 크지 않은데 그녀들의 데시벨은 왜 이렇게 크게만 느껴지는지. 나에게 권한이 있다면 이 오디오의 볼륨을 0으로 아니 -100으로 낮춰버리겠다. 게다가 틀어놓은 티비에서는 제일 싫어하는 프로그램인 미운 우리 새끼가 나오고 있다. 아주머니들의 수다의 밥이 될 그들이 말이다. 정말 궁금하지 않은 철없는 노총각들의 세계. 정말 궁금하지 않은 것, 알고 싶지 않은 것 투성이인데 요즘 세상은 그것들을 피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tmi에 노출이 되어야만 하는 환경에 놓인 것이다. 정말 too much 한 것들 너무 싫은데 tmi잔치에 내가 익숙해지는 날이 올까?.


저녁으로 닭발을 먹기로 했다. 엄마가 포장을 해온다고 한다. 국물 닭발에 통뼈 닭발. 닭발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먹을 때마다, '대체 이게 다 몇 마리야'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분명 닭 한 마리는 발이 두 개인데 닭발 1인분을 사면 족히 닭 15마리는 들어있는 것 같다. 깊이 생각하면 참 놀라울 따름이다. 몇 마리의 닭이 이 1인분에 희생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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