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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Jan 09. 2020

컬래버레이션

2019년 12월 26일

결혼한 친구의 집이 비는 날이었다. 지방에서 일하는 남편은 곧 서울로 올라온다고 하니 지금이 때다. 친구의 신혼집에 맛집 덕후 놀이. 사람 하나가 없으니 휑한 신혼집에서, 하필 또 영하 7도라는 어마 무시한 추위가 들이닥친 오늘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감기에 걸린 친구와 겨우 짬을 낸 나. 마음이 맞는 오래된 친구와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먼저 장을 보던 친구를 만나고 마치 어제도 와봤다는 냥 초행길인 그녀의 집을 잘도 찾아 들어간다. 미리 시켜둔 곱도리탕. 일명 곱창과 닭볶음탕의 조합에 크림 파스타까지. 완벽한 느맵의 컬래버레이션. 파스타는 늘 면의 양을 가늠할 수가 없다. 친구가 넣어놓은 면에, 두 배를 더 넣어버렸다. 결과는 당연히 4인분. 쓸데없이 손이 크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밖에서 식사를 할 때도 꼭 메뉴는 1.5배씩 시킨다. 보통 남기지 않지만, 남기더라도 모자람 없이 시키는 편이다. 넘치는 게 모자라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술은 소주파인 친구와 양주파인 나를 섞어 소-토닉으로 정했다. 이렇게 기록하고 보니 오늘은 컬래버레이션의 날인가 보다. 모든 게 자연스럽게 섞인 날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잠이 들고 여유롭게 일어나 함께 출근 준비를 했다. 회사가 좀 더 먼 나를 위해 일찍 출근하는 용기를 내준 나의 친구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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