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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Jan 01. 2021

2020-2021

이 또한 지나가버릴 한낱 감상이지만 뱉어지기를 갈망하는 단어들이 공중으로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적어 놓는 것이 좋겠다. 무엇을 얻었고 잃었고 했고 미뤘고는 중요하지 않다.

무념과 유념 그 사이에서 고독의 연속이었던 하루들이 어찌나 일상이 되었던지, 여전히 잃은 것은 제자리로 돌아오지도 못했건만 우리는 과거를 머릿속에서 삭제라도 한 듯 그저 당연하게 살아내고 있다니.

나라는 인간을 정의하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게 됐다. 한때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표상하고 싶어 안달이 났던 때가 있었지만 한정적인 뜻의 단어로 내 존재를 함축하는 일이란 그 얼마나 부질없는지.

올해는 참 별났다. 홍콩이 시위에 한창일 때, 여행을 했고 이직을 했고 겨울 내내 서울에서 부산까지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러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 'map of the soul' 앨범이 나왔고 투어의 시작인 서울콘 스탠딩 심지어 앞에서 5열 당첨에 쾌재를 불렀다. 어쩐지 너무 잘 풀린다 했다. 생전 처음 들어본 코로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단어가 되었다. 코로나는 레몬에 마시는 걸로만 알았지.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세상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는 장면을 목격하며 나를 전시하는 일을 내려놓고 내면에 집중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2019년에는 다짐했던 대로 살았다.
2020년은 다짐처럼 되지 않았다.
2021년은 다짐할 수 있는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

겉보다는 속을 채우고 말은 아끼고 사고는 넘치게. 손에 잡히지 않는 현실은 여전히 투명하지만 현전하기에 불안해하지 않겠다. 헐거운 진심을 예쁘게 조각하는 방법을 알고 따스한 햇살에 쉽게 행복해하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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