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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생동물의 친구 Sep 05. 2018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재활관리사로 임한다는 것에 대하여

부족한 환경과 조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고 중요한 직업임을!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재활관리사로 임한지 어언 6년의 시간이 흘렀다. 대학생 신분으로 수습을 하던 시절까지 합한다면 약 8년 정도 지났을까? 어쨌든 지금까지도 어엿한 재활관리사로서 야생동물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고,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어딘가에 초청되어 야생동물구조센터의 역할에 대한 소개와 거쳐 가는 동물들의 처했던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종종 얻곤 한다. 이 중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야생동물 관련 직업군에 대한 조언을 나누게 되는 경우도 많다.

               

과거 어느 자리에서 학생이 나에게 물었다.

"재활관리사가 받는 연봉은 어떠한가요? 사회적으로 무시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어느 노동자에게 지불되는 임금의 수준이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며, 직업 자체를 두고 사회적 지위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사회에서 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더 나아가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정말 없다고 믿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경북대학교에서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재활관리사에 대한 질문을 참 많이 받았던 날이다.


그 친구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의 재활관리사는 종사자 자체가 적으며, 사회적으로 그 중요성이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임금 역시 노동 강도에 비해 많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고용안전? 보장받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너희가 재활관리사라는 직업을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그 시점... 그러니까 불과 몇 년 후엔 지금과 확연하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내가 책임지고 그렇게 바꿔놓겠다. 그러니 마음 놓고 충분히 고민하고 힘껏 내딛어보아라."    

어린 친구들이 야생동물 재활관리사를 비롯한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직업군이 처한 현실에 너무 실망하지 말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호기롭게 내뱉은 공수표와 같은 말이지만 정말이지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수년이 흐른 지금, 난 무엇을 했고 어떤 것을 변화시켰는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확실히 재활관리사의 근무 여건에는 열악한 점이 많다. 얼마 전 충남 아산에서 소방대원 세분이 도로 위의 유기견을 구조하다가 안타깝게도 순직한 사고가 있었고,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공분을 샀다. 그 사고에 있어 가장 안타까운 마음과 공포에 사로잡혔을 사람들이 어쩌면 야생동물구조센터의 재활관리사이지 않을까 싶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일이 있은 후, 필자는 만일에 대비해 유서를 써놔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재활관리사에게 그런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도로 위에 쓰러진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횟수만 일 년에 수십 번 이상이다. 심지어 그런 상황에서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여러 명의 인력이 출동한다는 것은 구조센터에겐 사치에 불과하다. 그러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로변에 서있는 것조차 위태로운 경우가 많다. 큰 차량이 빠른 속도로 옆을 지나가면 그 굉음과 무거운 바람에 몸이 휘청거리는 경우가 많다. 아찔한 순간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야생동물이 있는 한 떨리는 가슴과 발이 떨어지지 않는 다리를 움켜잡고 도로 위로 몸을 던져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야생동물이 있는 한 떨리는 가슴과 발이 떨어지지 않는 다리를 움켜잡고 도로 위로 몸을 던져야 한다.


구조센터의 운영과 구조적 문제에 따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노동 강도와 중요성에 비해 적은 임금, 불안한 고용안전성, 사회적으로 중요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말이다. '돈 더 달라고 투정부리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임금이 적은 것은 그에 상응할 수 있는 다른 부분에서의 대우가 뒷받침된다면 수긍할 수 있는 문제 아니겠는가. 그것이 고용안전성의 확보가 되었든, 노동 강도의 완화가 되었든, 사회적으로 전문성과 필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든 말이다. 하다못해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면 그래도 희망적이겠지만, 아직 그런 변화가 요원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니 시름이 늘어나는 것을 꼭 투정으로만 볼 것은 아닐 것이다.       

                         

호기롭게 보일 수 있겠지만 나부터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재활관리사로 임하고 있는 내가 다양한 능력을 표출할 수 있다면,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재활관리사라는 직업군의 저변을 넓히고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자연스럽게 현재의 처한 여러 부족함을 조금씩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과연 그 생각이 옳은 것인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 내게 부족함이 많아 다양하고 능력을 표출하지 못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 탓이 크겠지만, 어쨌든 노력하고 있는 바에 비해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이 직업이 정말 좋다. 사명감이라기에는 거창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의미있고 윤리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로 태어나 나도 모르는 사이 자연생태계에 가하고 있는 수많은 위해 속에서, 적어도 오늘 하루는 녀석들의 곁을 지킬 수 있었다는 점은 죄책감을 덜게 한다. 아마 재활관리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큰 죄책감에 억눌려 지금보다 더 힘겨운 삶을 살았을지 모를 일이다.            

윤리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두렵다.


욕심 같아선 더 많은 사람이 주저하지 않고 재활관리사라는 직업을 택할 수 있다면... 보다 전문성을 지닌 이가 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쟁취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전문적이고, 야생동물을 위해 헌신할 자세를 갖춘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이는 결국 보다 효과적인 야생동물 보호와 구조센터의 발전에 직결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재활관리사로서 책도 쓰고 언론에 기사를 제공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 대중을 교육하고 야생동물구조센터와 재활관리사라는 직업을 알리는 것? 물론 중요하겠지만... 과연 이것으로 근본적인 해결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의심이 생겨버렸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 윤리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드리웠다.                


내가 바라는 미래는 여전히 요원하다. 지금의 야생동물구조센터 종사자들은 불안한 미래에 휘둘려 더욱 움츠리거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 높은 이직율과 짧은 근무지속성이 이를 뒷받침하는 것 아닐까. 어쩌면... 더 안정적인 자리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하는 이 역시 많은 것 같다. 재활관리사라는 직업을 정말 좋아하는 나에겐 이런 사실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야생동물 재활관리사라는 직업을 고민하고 선택해달라는 당부를 보내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어딘가에서 또 다시 거짓말을 할 것이다. 재활관리사는 참 매력적인 직업이고, 야생동물을 위할 수 있는 보람된 직업이라고. 미안하게도 말이다. 어쨋든 누군가의 희생이 없이는 이곳을 거쳐간 야생동물의 아픔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테니까.

너희가 겪었던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저 하늘에서는 다치지 말고 마음껏 뛰놀 수 있기를 넋을 기리고 안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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