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생동물의 친구 Feb 10. 2020

산천어 축제 비판하니 자갈 먹는 법 알려달라는 당신에게

문화나 전통이라고 그릇된 가치관과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소설가 이외수 씨가 지난 6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산천어 축제에 대한 조심스러운 반대 입장을 보인 환경부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 관료의 정책 방향을 비판하는 것은 국민의 역할이자 당연한 권리이지만, 그가 비판한 내용을 통해 그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는가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의견 중에 산천어 축제가 문제라면 닭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행복하게 사육되고 있는가, 돼지는, 소는, 말은, 양은? 이라 말하며 산천어 축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그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비겁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소설가 이외수 씨의 페이스북 내용자 (ⓒ소설가 이외수 페이스북)


'그렇게 치면 이 문제는?'이라는 의식은 비슷한 성격의 문제를 담고 있는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서 각각의 적절한 접근으로 객관적 판단을 내린 후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아닌, 그 어느 것도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뿐이겠는가, 오히려 문제 해결이 필요한 여러 현안 중에서라도 우선순위를 정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이를 '모순적인 사람'으로 몰아세우곤 한다. 개, 고래 등 몇몇 동물의 식용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치면 돼지, 소, 닭은 불쌍하지 않은가?? 이 모순적인 사람 같으니라고..." 하며 손가락질하는 것을 우리는 무척이나 쉽게 볼 수 있지 않은가.  


사람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비슷한 성격의 여러 가지 문제를 모두 동시에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집중해 먼저 하나의 현안을 해결하고자 행동하는 것은 그의 가치관에 따른 결정이지 절대 모순이 아니다. 진정한 모순은, 이 문제들로 인해 불편할 수 있는 여러 사항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치면'이라는 말로 애써 자신이 모순적이지 않은 것 마냥 포장하며 행동하지 않는 자신의 무지와 무책임, 비겁함을 합리화하려는 ‘그렇게 치면...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니 저것을 해결할 수 없다면 이것도 해결하지 않겠어.’라는 태도다.


게다가, 다른 자리도 아니고 '환경부장관'이다. 자연생태계를 보호, 보전하는 역할을 비롯해 인간으로부터 피해와 고통받는 비인간 생명체의 삶을 어루만지며 공존을 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부처의 장이다. 그런 산천어 축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것이 그리도 비판받아야 할 일인가? 축제라는 명목으로 동물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침해하고, 재미로 생명권을 소비하는 비윤리적, 비교육적 문화를 지속해 온 당신들이 산천어의 고통을 염려하는 자들에게 "그럼 자갈 먹는 법을 알려 달라."며 비아냥거릴 자격이나 있는가?

산천어를 '소비'하는게 잘못되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축제라는 명목하에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지나치게 비윤리적으로 그들을 소비하는 '과정'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동물의사육제)


문화나 전통이라고 해서 그릇된 가치관과 잘못된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잘못된 문화, 전통에 물음을 던져야 한다. 이대로 계속해도 정말 괜찮은 거나고. 우리를 모순적인 사람으로 몰아가며 자신의 이득과 욕심을 숨기려는 그들로부터 맞서면서 말이다.

산천어는 축제에 동원되기 전 5일간 굶겨진다. 미끼에 쉽게 반응하고, 내장에서 지저분한 부산물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겨레 애니멀피플)


작가의 이전글 그물에 걸린 큰고니 구조 작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