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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아이디어 구조화하기

한 줄 아이디어에서 개발 가능한 기능 리스트까지

by 제나로

1인 창업을 하다 보면, 아이디어는 있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순간이 자주 오셨을 겁니다. 머릿속에는 분명 장면이 어렴풋이 있는데, 막상 글로 쓰려고 하면 손이 멈춘다든지요. '이거 되게 좋을 것 같은데...' 까지만 있고, 그 다음 문장이 안 나오는 상태죠?


그 상태에서 한 칸 앞으로 가도록 도와드립니다. 거창한 게 아니라, 아이디어를 세 단계로만 쪼개보는 연습입니다.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짧은 시나리오로 풀어보기

그 시나리오에서 기능 뽑기

이 세 가지만 적어봐도 아이디어만 있다는 말은 다시 안하게 됩니다. 읽으면서 여러분의 아이디어 하나를 옆에 두고, 같이 적용해 보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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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언제, 왜, 무엇을 위해

많은 분들이 아이디어를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자기계발 앱이요.”
“관계 개선 플랫폼이요.”
“AI로 요약해주는 서비스요.”

이건 아이디어 설명보다는 카테고리 이름에 가깝습니다. 이걸 그대로 들고 가면, 개발자든 디자이너든 그래서 뭘 만들자는 거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첫 단계에서 할 일은 아주 쉽습니다. 아래 네 가지를 한 문장 안에 넣어 보세요.

누가

언제 /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무엇을 위해 이 서비스를 쓴다


예를 하나 만들어 볼까요?

퇴근 후 유튜브만 보다가 하루를 끝내는 30대 직장인이,
하루에 딱 10분은 자기계발을 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쓰는 서비스

이 정도면 충분하니다. 여기엔 사람, 상황, 감정, 목표가 들어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디어로도 한번 써 보세요. 멋있게 쓸 필요 없고, 그냥 친구한테 카톡 보내듯이 쓰셔도 됩니다.


실제 얼굴이 떠오르는 사람인가요?

그 사람이 서비스를 켜는 하루의 시점이 떠오르시나요?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 들어가 있나요?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상황인지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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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고, 쓰고, 닫을 때까지

한 문장이 잡혔네요. 이제 그걸 시나리오로 늘릴 차례입니다.

같은 예시를 그대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30대 직장인이 실제로 앱을 켜고 끄는 장면을 순서대로 적어봅니다.


1.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습관처럼 유튜브를 켠다.

2. '오늘은 그냥 이것만 보고 자자' 싶은 마음이 들기 직전에, 이 서비스를 떠올리고 앱을 연다.

3. 앱에서는 오늘 에너지 상태를 묻고, 거기에 맞는 10분짜리 콘텐츠 하나를 추천해 준다.

4. 사용자는 누워서 그 10분을 듣거나 읽는다.

5. 끝나면 “오늘 뭐가 남았는지 한 줄로 적어볼까요?”라는 질문이 나온다.

6. 짧게 적고 나면 오늘의 기록이 쌓인다.

7. “오늘도 10분 채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고 앱을 닫는다.


이 정도면 시나리오 하나가 나온 겁니다. 아직 화면도 없고 기능 이름도 없지만 사람이 어떻게 들어와서, 뭘 하고, 어떻게 나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자연스러운 흐름인데요.


어디서 이 서비스를 떠올리는지

어떤 화면이 첫 화면이 될지

이 서비스의 끝은 어떤 상태인지

이 세 가지가 시나리오 안에 들어가 있도록 계속 만져보시면 됩니다. 아직 어색해도 괜찮습니다. 지금 완벽해질 수는 없습니다. 그냥 머릿속의 흐름을 말로 꺼내보세요. 자꾸 꺼내어 보아야 정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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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 필요한 화면과 버튼은?

이제 마지막 단계입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서비스 안에서 구현하려면 뭐가 필요한지 적어보는 단계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전문 기획자나 AI의 도움을 받으면 도움이 됩니다. 아까 적은 시나리오를 다시 보면서, 한 줄씩 기능을 뽑아보겠습니다.


1.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습관처럼 유튜브를 켠다.

아직 서비스 기능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서비스보다 유튜브가 먼저 열린다는 인사이트는 남겨둡니다.


2. 이 서비스를 떠올리고 앱을 연다.

앱 아이콘 / 랜딩 화면 / ‘오늘의 10분 시작하기’ 버튼 정도가 필요하겠죠.


3. 오늘 에너지 상태를 묻는다.

에너지 선택 화면 / 선택 버튼들 / 다음으로 넘어가는 버튼


4. 10분짜리 콘텐츠 하나를 추천해 준다.

콘텐츠 카드 / 재생 버튼 / 스킵 또는 다른 추천 보기 버튼


5. 끝나면 한 줄을 적게 한다.

텍스트 입력창 / 저장 버튼 / 건너뛰기 버튼


6. 오늘의 기록이 쌓인다.

오늘 기록 요약 화면 / 연속 기록 일수 / 간단한 통계


이걸 표로 적어보면 그게 정보구조도 또는 기능명세서의 초안이 됩니다.

그리고 나서 한번 더 나눕니다. 지금 반드시 필요한 것(MVP), 나중에 있어도 되는 것(후순위) 으로요. 예를 들면,


MVP : 회원가입 없이 시작, 오늘의 10분 콘텐츠 1개 보기, 콘텐츠 재생, 한 줄 메모 남기기, 오늘 기록만 보여주기

후순위 : 취향 분석, 추천 고도화, 친구와 기록 공유, 뱃지/레벨 시스템, 지난 기록 통계

여기까지 써놓고 보면 이제는 '자기계발 앱 만들고 싶다' 가 아니라

“퇴근 후 유튜브만 보던 30대 직장인을 위해,
하루 10분짜리 콘텐츠 하나를 추천하고 기록시키는 서비스이고,
MVP로는 이 다섯 가지 기능만 먼저 만들겠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문 기획자 또는 개발팀에게 설명하든, 외주를 주든, 이 정도 구조가 있으면 대화의 수준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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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더미 데이터 압축하기

요약하면, 1인 창업자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구조화는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1.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 누가, 언제, 왜, 무엇을 위해 쓴다2. 짧은 시나리오로 풀기 : 켜고, 쓰고, 닫을 때까지 이야기로 써보기3. 시나리오에서 기능 뽑기 : 각 장면마다 필요한 화면/버튼/기능 적어보고, 우선순위 나누기


아이디어가 막연하게 느껴질 때, 새 툴을 찾기 전에,

문장 하나 / 시나리오 하나 / 기능 리스트 하나만 먼저 적어보세요.


이렇게 세 줄만 있어도 '좋을 것 같은데' 에서 '이걸 이렇게 만들면 되겠구나' 까지 나아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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