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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로 Nov 04. 2023

더 좋아질 거야

우리는 서로 다르니까

이미지 출처: Gym Ideeën


너는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기를 무척이나 힘들어하고

중요하거나 사소한 것들을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면이 있지만

나는 너를 바꾸는 대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집안 환기도 하고, 소리 내어 씻고, 아침 준비를 하고, 내 할 일을 하고 있다 보면

네가 슬그머니 깨어나서 부은 얼굴로 식탁에 앉는 걸 보는 게 좋다.


그러면 너는 설거지를 하면서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말끔한 모습이 되어가면서 외출할 준비를 하는데

역시 아침에 뭔가를 하는 게 좋은 것 같다며 한 마디 거들 때마다 나도 뿌듯해진다.


뭐든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내 옆에 네가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냐는 고민으로 잠을 못 이룰 때,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일을 하라는 너의 가벼운 말이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것들로 하루를 채우며 견뎌내느라 끙끙댔을 것이다.


들어오는 일이 너무 많은 데다 별로 끌리지 않는 일을 만났을 때,

그냥 적당한 문자 하나 보내고 거절하라는 네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스스로를 장작 삼아 불태우다가 금방 불씨를 꺼뜨리고 쓰러졌을 것이다.


가끔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내가

가끔 너무 가벼워지는 너를 만나서

찬 공기에 식어가는 온천의 수증기처럼, 적당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건

나는 나고, 너는 너니까, 우리가 서로를 바꾸려 들지 않으려고 하니까 가능한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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