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취해 낸 것도 아닌데
"좋아하는 스포츠 있으세요?"
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늘 대답하는 말은,
"하는 건 좋아하는데, 잘 보지는 않아요."
남이 하는 걸 보는 게 왜 재미있는지 잘 몰랐다.
축구 경기를 보는 게 좋으면 나가서 축구를 하면 되지 않나,
롤드컵을 보는 게 좋으면 피시방에 가서 게임을 하면 되지 않나 생각했었다.
특별히 못 하는 상황에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잘하지 못하면 연습해서 하면 될 텐데라고 생각했다.
나는 스포츠 경기를 보는 일에 늘 관심이 없었다.
유명한 미술 전시를 봐도 별로 느껴지는 것이 없었고,
내 마음을 울리는 멋진 패션쇼나 음악회를 본 적이 없다.
그러다 요즘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된 것 같다.
남이 이루어낸 성과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 낯설다.
내 보람이 아닌 것으로 기뻐하는 사람들에 공감하기가 어렵다.
내 것도 아닌데,
내가 성취해 낸 것도 아닌데
대화 한번 나눠보지 않은 남이 노력해 얻은 감정에 이입하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내가 스포츠에 더 열광했거나, 더 잘하고 싶어 했거나, 아는 게 많았다면
뭔가 느껴지는 감정이라던지 보고 배우는 것이 있었을 텐데
축구선수나, 게이머, 예술가들이 각자의 직업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말 뿐이라서
대리만족이나 쾌감을 느끼는 일이 적은 것 같다.
나도 좋아하는 게임의 챔피언십 경기를 가끔 찾아보곤 하는데
그럴 때는 공부하려고 뜯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람들이 왜 어떤 경기나 발표에 그렇게나 열광하는지 이해하고 싶다.
그냥 서로 다른 삶을 사는 건데 왜 닮고 싶어 하거나 부러워할까,
왜 남의 삶의 일부분을 보고 어땠는지 평가하려는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끔 들어서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가로서의 재능은 없는 걸까 성찰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