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이 나와 맞지 않다
어떤 사람이 추천한 책을 읽다 보면 좋은 책도 있지만 때로는 나와 맞지 않는 책도 있다. 물론 개인의 취향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른 경우도 있다. 책의 난이도가 나와 같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에게 고등학생이 푸는 수학 문제를 풀라고 하면 무슨 문제인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고등학생이 푸는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리는 중학교 수학과정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할지라도 내가 그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한다면 그 책의 진가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이다. 관건은 내가 관련 분야의 기초지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내가 기초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책에 도전한다면 다 못 읽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다 읽었다고 할지라도 이해를 못할 가능성이 높다. 난이도라는 것은 결국 내가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의 정도 문제이다.
쉬운 책으로 기초지식을 쌓아야 한다
자신의 수준을 모를 때는 처음 도전 목표를 너무 높게 잡고는 한다. 내가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독서에 대한 경험치가 낮아 메타인지가 되지 않았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어떤 일이든 처음 경험하거나 경험치가 낮은 상태에서는 실수가 많고 작은 일도 쉽지 않은 법이다. 독서 또한 동일하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오래가는 독서를 할 수 있는 길이다. 누구든 자신이 일 년에 몇 권의 책을 읽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우선은 긴 호흡의 글을 읽는다는 것부터 익숙해져야 한다. 내가 일 년에 열 권도 책을 읽지 않는다면 처음에는 아주 쉬운 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어린 왕자’를 읽어본 적이 있는가? 처음에는 유명하지만 얇고 쉽게 읽히는, 가능하면 사진이나 삽화가 있는 책부터 보는 것이 좋다. 우선 글자를 읽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이 ‘삼국지’는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처음부터 10권짜리 삼국지를 읽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만화 삼국지’같이 길이가 짧고 쉬운 책을 통해 인물들과 사건에 대한 이해도 즉 기초지식을 쌓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만화 삼국지’를 통해서 기본적인 이해도가 높아진 다음에 10권짜리 삼국지를 읽는다면 처음부터 바로 읽기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이해도도 높아지고 책을 읽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책을 고를 것인가
우선은 얇은 책부터 시작하자. 100페이지의 책을 읽던 500페이지의 책을 읽던 한 권의 책을 읽은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얇은 책이라 할지라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들어있다. 얇고도 좋은 양서들이 얼마든지 있다.
자기계발서를 고를 때도 이론에 치우친 책보다는 실제 경험이 많이 들어가 있는 책이 좋다. 이는 저자 소개를 보면 대부분 알 수 있는데 ‘교수’ 또는 ‘연구가’가 쓴 책보다는 실제 삶을 적용해본 사람들이 쓴 경험담과 사례 위주의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소설도 ‘파우스트’나 ‘죄와 벌’을 읽고 싶다고 해서 바로 읽기 시작한다면 끝까지 다 못 읽을 가능성이 크다. 다 읽었다고 할지라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처음에는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등 비교적 얇으면서도 깊이감이 있는 소설책부터 시작해서 좀 더 어려운 책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 이런 책들은 얇기는 해도 깊이가 충분히 깊은 책들이고 생각해 봐야 할 많은 것들이 들어있기에 읽고 나서도 큰 여운을 남길 것이다.
동일한 주제의 책을 여러 권 읽어라
물론 처음부터 책의 난이도를 판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능하면 한 번에 한 가지 주제를 정하고 관련 주제를 말하고 있는 여러 권을 읽는 것이 좋다. 조금 읽어보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면 우선 덮어놓고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해가 쉬운 책이 있으면 그 책부터 읽기 시작하고 다 읽고 나서 이해가 가지 않았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다. 쉬운 책을 통해 기초지식을 쌓고 나면 이전보다 읽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이론서로 나아가자
실천서와 사례 중심의 책들로 개념이 잡히기 시작했다면 이론서를 반드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론서를 읽고 나면 막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구나’에서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내가 ‘왜’라는 것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은 원인, 이유, 원리를 알게 되는 것이다. 원리를 알고 있는 것과 원리를 모르고 행하는 데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창의성이라는 것,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그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로부터 출발된다. 원리를 모르고 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표면적인 것만 만들어 내지만 원리를 알고 행하는 것은 변형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깊이 있는 이해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계를 넘어선 무언가를 창조해 낼 수 있다.
고전으로 나아가자
어느 분야의 책이든 ‘고전’으로 꼽히는 책들이 있다. 이론서를 읽어보고 이해에 문제가 없다면 고전으로 손에 꼽히는 책을 읽어봐야 한다. 고전으로 불리는 책은 오랫동안 여러 사람들로부터 검증이 되었다는 뜻이다.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째, 책을 가치가 인증된 책이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이다. 고전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그 책이 사장되지 않고 현재까지 남아있어야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만 현재까지 전해질 수 있다. 그 이유는 고전 속에는 시간을 초월해 교훈이 되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둘째, 사고의 역사 속에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 책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격언(전도서 1:9~10)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것과 같이 고전이란 시대를 지나며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었다. 고전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현재 존재하는 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이다. 철학. 미술, 음악, 역사, 소설 등 우리가 대하는 모든 인문학은 누군가로부터 발전되었거나 반대되어 나온 것이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역사를 이해하는 동시에 현재를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고전은 현재와는 다른 환경에서 쓴 책이기에 문체나 사상이 낯설고, 난도가 높아서 읽는 것 자체가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전은 읽고 이해하는 것은 생각이 깊어질 것이고,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의 넓혀 준다는 것이다. 입에 쓴 책이 몸에 좋다는 말처럼 읽기 어려운 책이 사고의 성장에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