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는 걸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루 Jan 19. 2022

내적 댄스! 글감을 모으는 방법

나만의 기록 스타일


주머니 가득 글감을 모았다는 글에 '어떻게?'를 묻는 댓글이 있었다. 그러게. 어떻게 모았지?


어릴 적엔 꽤 시골에 살았기에 버스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곧, 부지런히 머릿속에서 타이핑할 기회였다. 그땐 메모할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의식의 흐름대로 소설도 쓰고 반성문도 쓰고 늘 생각만 분주했던 시절.

워커홀릭 수준으로 야근의 나날을 보낸 20대엔 그 타이핑 소리를 잊고 살았다. 아이를 낳고 느긋한 한 끼조차 사치였을 땐 더더욱! '상상'이란 걸 하며 살았는지 기억에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를 안고 그림책을 읽는 시간, 아이를 재우는 시간에 갑자기 타이핑 소리가 돌아왔다. '생각'에 구멍이 뚫린 듯 우다다다 최고 속도로 타이핑하느라 바쁜 머릿속!


내적 댄스!

ⓒaustin-schmid, Unsplash


몸을 일으켜 신나게 열광하진 못해도, 마음으로 화려한 사운드 팡팡! 내적 댄스와 닮았다면 좀 이해가 될까?

아기띠를 메고 엉덩이를 토닥거리는 행동에 묶여있었지만, 마음속으로 끝없는 여행을 떠났다. 달라진 것은 자유로운 한 손을 이용해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




아이디어가 흐르는 시간

어린 시절처럼 홀로 버스를 탈 기회란 로또와 같은 지금(아 왜 슬퍼). 가장 생각이 바빠질 때는 엄마가 아닌 나로 존재하는 유-일-한 시간, 샤워 타임! 샤워기 물소리가 아이디어의 원천이라도 되듯 온갖 생각들이 와르르 쏟아져 물을 끄기 아쉬울 때가 종종 생긴다.

휘발되기 직전의 메모는 나도 알아보기 힘들 만큼 짧은 단어들의 나열. 그런데도 메모장을 들여다보면 그 기억이 쑤욱 빠져나와 다시 내게로 옮겨진다.


글감의 자양분

내적 댄스와 내적 타이핑(ㅋㅋ)이 내 글감의 제1 원천이라면, 반짝 새롭고 다양한 글감은 아이들로부터 온다. 그림책 카페에 아이들 성장일기 방이 있는데 그곳에 차곡차곡 모아둔 아이들 어록. 아이들과 책을 읽다 서로 맞닿은 지점들을 남겨둔 메모. 우리가 서로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들이 모여 내 자양분이 된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노래나 책에서 변주된 생각들이 쌓였을까? 문득 궁금해지네.


발견하는 눈

가을 숲길에서 도토리를 모으려면 마른 나뭇잎 사이에 떨어진 도토리를 찾아내는 눈이 필요하다. 발견이 있어야 줍는 게 가능하듯, 글감이나 아이디어를 '모으는' 일에도 내 시선과 때론 지긋한 관찰이 먼저 것이다. 가끔 힘들거나 무감해진 날에는 길을 걸어도 작은 발견이랄 게 없는 그저 반복된 걸음일 뿐이니.


흔한 일상의 흔적

당연한 말이지만 거창한 발견을 하려 마음먹는다고 새로운 이벤트가 나타나지 않더라.(이게 가능했다면 진즉 베스트셀러 작가가.. 쿨럭) 어떤 글을 쓰고 싶어 기를 쓰고 찾아도 보이지 않던 보석은 늘, '아무렇지 않은', '늘 고만고만한' 일상을 담아둔 메모에서 날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특히나 [그림책 단상] 에세이 글을 쓸 때 그랬다. 그림책에서 떠오른 한가닥을 붙잡고 메모장을 뒤지면 숨어있던 연결고리 하나가 툭, 무심히 나를 올려다볼 때가 있다.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와 '나'를 긴밀하게 엮으려면 오래전 내가 남긴 일상의 흔적이 필요한가 보다.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

그림 좋아하는 첫째는 대상의 디테일을 보고, 동시를 떠올리는 둘째는 순간을 살짝 비틀어 생각하고, 글을 쓰고 싶은 나는 스치는 느낌을 먼저 담는다.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순간을 캡처해 넣어두는 것이다.

드로잉 모임을 하며 알게 된 것,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채울 때 작은 점을 바라보며 색칠하다 보면 어느덧 먼 그림까지 채워지더라. 별것 아닌 메모들이 모여 확장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순간을 기대한다.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을 채우고, 발견하기.

그 순간을 짧게라도 기록해두기.

누구나 말하지만 사실 이게 전부고 정답인 듯하다.


열린 감각

반짝이는 순간이 자주 찾아오도록 오감을 열어두자.

바로 등 뒤에서 서라운드 스피커가 울려도, 귀를 닫으면 무용지물이니까.

 



블로그의 [글쓰기를 말하다] 카테고리도 일종의 기록장이다. 내가 누굴 가르치자는 것도 아니고, 훗날 더 단련된 '잘 쓰는 자'가 되어 읽는다면 웃음이 날지라도. 지금 위치에서 나를 기록하고 싶다.

'쓰는 나'를 이야기할 때 신나니까!


이 또한 내적 댄스. 순간을 낚아채 담아둔다^^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순간 다른 기억,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