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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루 Jun 20. 2022

사춘기 엄마는 처음이라,

[딸에게 보내는 편지]


오랜만에 첫째 머리를 감겨주며 속닥하게 얘기를 주고받는 깨알 같은 시간이었다. 어느새 욕조가 좁아진 느낌. 곧 엄마랑 같아질 듯 훌쩍 큰 키. 응? 이마에 하얗게 좁쌀 몇 개가 올라왔네?

반에서 이마 여드름 없는 여자애는 자기뿐이라며 곧 사춘기 이야기로 넘어가고.. 한참 삼천포로 빠지다가, 예전에 써 둔 글이 생각났다.


올 초, 유난한 예민기가 지나가셨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동안 아이는 부쩍 크는데 친구 관계에서 무척이나 활동적인 아이라, 그 에너지가 단절되어 힘들었던 이유가 큰 듯하다. 지금은 차분히 돌아보지만 그때는... 와우^^;




"엄마, 나도 사춘기에 걸리는 거야?"


아니. 사춘기는 병이 아닌걸.

그건 감기처럼 '걸리는' 게 아니야.


몸이 자라고 마음이 커지고, 호르몬이 바뀌느라 혼란해서 그래. 누구나 당연히 겪는 그 시기를, 아이도 힘들고 그걸 보듬어주는 어른도 힘들어서 '중2병'이라 쉽게 정의해 버린 게 아닐까?


커가는 시간 중 일부분이고 네가 살아갈 엄~~ 청 긴 시간 중 잠깐이란다. 그러니 설령, 중2병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나중을 위해서! 지켜야 할 your line을 잘 생각해두렴. 그때가 되면 이 말들을 기억해 주길 바람!

(오잉? 듣고 있지 딸?)


요즘은 넉살과 뺀질이 살짝 오셔서, 텐션 업!

아직 애기애기한데 언제 이만큼 자랐는지..

사실 말은 청산유수지만, 아이보다 내가 더 걱정이라 미리 편지를 써 둔다.




미리 써 두는 편지(feat. 그림책)
[엄마도, 사춘기 엄마는 처음이라]


혼자 구석에서 꼼질꼼질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순간



"자꾸 내 책상 뒤로 지나가지 말라고!!"

동생에게 소리치는 너를 볼 때


아아...

내 육아 주머니에 뭐가 더 있었을까.. 말을 고르게 된단다.



자꾸 반복되는 잔소리는 싫은데

아.. 어떡하지? 그냥 못 본 척 해? 얘길 해?

파르르 습자지 마냥 얇은 멘탈을 잡고 엄마도 고민한다는 걸 알아주길.



결정은 함께. 각자의 일엔 서로 동의 구하기.

꾸준했다 생각했는데 또 다른 갈래가 나오고..

동의를 구하기 뻘쭘하다고 일부러 뾰족한 단어를 골라쓸 필요는 없다네.

(네가 읽고 들은 나이스 한 표현을 떠올리길)




이까짓 거 뭐 어때.

이젠 혼자 알아서 해보겠다는데.

그래 이까짓 거!

엄마도 이제, 손을 놓고 기다리는 요령을 배워.



성공하려면 실패가 필요하다며! 그래 놓고 왜 또 온 사방에 검은 기운을 팍팍! 실패하면 그 방법을 버리는 걸 발견한 거야. 잘하고 있다고.

음. 이건 엄마한테도 필요한 말이네.

오케이. 접수!



너는 파랑을 외치고 엄마는 빨강을 외치고.

그런 일은 피하고 싶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깎아내거나 자르지 않고 '혹시 너는 파랑이었나?' 물음표를 잊지 않을게.




마음껏 춤 추렴.

팔랑팔랑 날개를 접었다 폈다, 그 사이로 봄볕이 흩날릴 만큼.(우린 이런 동시도 같이 읽은 사이니까^^)



그래,

우리가 같이 읽은 그림과 글들.

언젠가 그것들이 멋지게 나타나

기막힌 타이밍과 나아감을 선물해 줄 거라 믿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게 아닐 수 있다는 것쯤!

우린 같이 봤으니까. 그렇지?




사춘기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할 때나 먹힐,

이런저런 꼼수 섞인 이야기를 날려본다.


엄마도 사춘기 딸은 처음이라.

핫핫핫.



# 2021.02.28 글 재구성

#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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